[피노체트는 누구?]17년간 칠레 철권통치

  • 입력 1999년 10월 8일 23시 01분


‘반인류 범죄는 소멸시효도 없고 국경도 없다.’

8일 영국 법원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스페인에 인도하도록 결정한 것은 전범 테러범 대량학살범 등 반인류 범죄는 반드시 처벌한다는 최근 국제사회의 조류를 반영한 것이다.

피노체트는 17년간 칠레의 절대권력자로 행세하며 이에 따르지 않는 국민을 무수히 학살하고 고문했던 장본인으로 ‘인간 도살자’로 불렸다.

73년 살바도르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부를 쿠데타로 전복한 다음 집권한 그는 사회주의 체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한때 살인적인 인플레를 잡아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시절도 있다.

그러나 권력기반이 확보되자 곧 의회를 해산하고 모든 정치행위를 금지했다. 곧이어 비밀경찰을 조직, 공산주의자들의 위협을 명분으로 내걸고 반체제인사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다. 집권기간 중 3000여명이 학살되고 10만여명이 가혹한 고문을 당했으며 100만명이 국외로 추방됐다.

88년 그는 집권연장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패배하자 89년12월 대통령 선거를 실시했다. 그러나 또다시 패배하자 90년 일단 물러난 다음 면책특권이 부여된 ‘종신 상원의원’이란 직위를 만들어 안락한 삶을 누려왔다.

그러다 재판에 회부하라는 여론에 밀려 기소된 다음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체포됐다.

피노체트의 대표적인 범죄는 △73년 쿠데타 직후 수백명 즉결처형 △노조운동가 좌파지도자 등 70여명 살해 △74년 아르헨티나에 망명한 전 군총사령관 카를로 프라크장군 암살 △76년 미국에 망명한 야당지도자 올란도 레텔리어 암살 △84년 노조지도자 마리오 페르난데스 로페스 살해 △85년 공산당원 3명 살해 △86년 언론인 호세 카라스코 암살 △87년 반정부조직 ‘애국전선’ 조직원 12명 살해 등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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