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이탈리아의 올리베티가 텔레콤이탈리아(TI)를 인수한 이후 세계통신업계는 비교적 잠잠했다. 그러나 다시 초대형 M&A가 터지자 새삼스럽게 덩치 키우기가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프랑스텔레콤(FT)은 조만간 독일 3위의 이동통신업체인 E플러스의 지분 17.2%를 180억달러(약 21조70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지가 최근 보도했다. FT는 독일 최대의 통신업체인 도이체텔레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올 하루1件꼴 합병
또 미국 최대의 통신업체인 AT&T는 돕슨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이동통신업체인 아메리칸 셀룰러를 23억달러(약 2조7600억원)에 곧 인수한다.
MCI의 스프린트 인수건을 포함해 올들어 미국과 유럽 통신시장에서는 모두 234건의 M&A가 성사됐다. 공휴일을 빼고 매일 한건 정도 M&A가 이뤄진 셈이다. 인수금 총액은 3100억달러(약 375조원)였다.
통신업체들의 이같은 덩치 키우기는 무엇보다 유무선 통신과 케이블TV 인터넷 등 각종 통신관련서비스를 한 업체를 통해 받고 싶어하는 고객의 욕구 때문이다. 통신시장에도 이른바 ‘원 스톱 쇼핑’개념이 도입된 것.
장거리 전화회사인 AT&T는 작년 이후 모두 1110억달러(약 134조3000억원)를 들여 TCI 미디어원 등 케이블TV 업체를 잇따라 인수했다. 이로써 AT&T는 미국내 6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최대 케이블TV 업체로 자리잡게 됐다.
★인터넷시장 쟁탈전
AT&T는 케이블망을 이용해 인터넷시장마저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아메리카 온라인(AOL)이 AT&T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한 것도 인터넷 시장마저 빼앗길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유무선 통신업체인 벨애틀랜틱이 작년 데이터통신업체인 GTE를 인수한 것 역시 AT&T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함께 국경을 초월한 서비스까지 해야 하는 통신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국경을 뛰어넘는 인수합병도 잦다.
★美-日-英 자본제휴
2월 영국 보다폰이 미국의 이동통신업체 에어터치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도이체텔레콤은 마찬가지 목적에서 올해 초 텔레콤이탈리아를 인수하려 했으나 이탈리아업체인 올리베티의 필사적인 방어에 밀려 실패했다.
AT&T는 4월 일본 NTT,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과 자본제휴관계를 체결, 아예 세계차원의 통합서비스를 꾀하고 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