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의 총칼녹인 러병사 어머니들

  • 입력 1999년 10월 10일 19시 39분


체첸 전쟁이 격화될수록 어린 아들을 전쟁터에 보낸 러시아 어머니들의 애간장이 녹는다. 일부 어머니는 포로가 된 아들을 빼내려고 체첸군 장교에게 뇌물을 주거나 인간적으로 호소하기도 한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가 10일 전했다.

★적진 방문 인간적 호소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슈퍼마켓 점원으로 일하는 중년여성 나탈리야 라자레바(50)는 지난주 36시간이나 열차를 타고 전쟁터에 갔다. 아들 안드레이(18)가 포로로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 그녀는 어떻게든 아들을 구해낼 작정이다.

★포로된 아들 구해내

러시아 어머니들은 주로 반전단체인 ‘병사의 어머니회’를 통해 전쟁터로 간다. 현지에서 동정적인 체첸 장교를 만나면 음식과 옷가지 보드카 등을 주고 인간적으로 호소해 아들을 빼낸다. 어머니회는 이달에만도 50여명의 러시아군 포로를 구해냈다. 러시아측 병영에서 아들을 빼내오기도 한다.

어머니회는 80년대 후반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러시아군의 참상을 전해듣고 결성됐다. 94∼96년 체첸 전쟁 때도 반전 여론을 주도하며 아들들의 징병을 거부하거나 포로가 된 아들들을 빼냈다.

★러 반전여론 주도

어머니회는 “보리스 옐친 정권이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일으킨 것은 12월 총선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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