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25美軍학살' 잇단 폭로에 대책 마련 골몰

  • 입력 1999년 10월 11일 19시 32분


‘6·25’ 당시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이 이뤄졌다는 피해자 및 유가족들의 주장은 비단 한미 양국 정부의 진상조사가 기정사실화된 노근리(충북 영동군 황간면)에서만 분출된 것은 아니다.

미 CBS방송은 8일 노근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최소한 2건의 양민학살이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미군에 의해 가족들이 무고하게 희생됐다며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을 요구해온 주민들은 경북 예천, 경기 고양, 경남 마산 거창 등 한 두곳이 아니다.

하지만 노근리 이외 지역에 대한 정부의 진상규명 의지는 지금으로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 당국자들은 “진상규명을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하지는 않지만 “먼저 ‘노근리사건’부터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거나 “그때 그때 필요성이 있다면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직답을 피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노근리 이외 지역 사건의 진상규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서다. 미군이 개입된 사건의 자료는 미국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다 양민학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배상의 책임도 미국이 질 수밖에 없어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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