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교육 이래서 강하다 2]건강한 교육열

  • 입력 1999년 10월 11일 19시 32분


미국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한국에 못지않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치맛바람이 사회문제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자기 자녀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교사들에게 주문하기보다는 교육에 스스로 참여하는 형태로 교육열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1∼3학년에서 학부모의 참여는 교육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버지니아주 옥튼시 옥튼 초등학교 2학년생 딸을 둔 국무부 직원 사라는 지난주 대휴를 이용해 딸의 교실을 방문했다. 학생들에게 예술가 한명을 소개하는 과제를 부여받았기 때문. 한국의 일일교사제도와 비슷하다. 그러나 일일교사라고 해서 해당분야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사라는 스스로 공부해 수업을 준비했다. 자녀들은 부모의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운다. 학부모들의 능력에 따라 알기 쉬운 과학교실이나 작문지도, 외국어교습과 같은 특별학급을 운영하기도 한다.

학부모가 꼭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직역하면 교실부모(Room Parent)라는 제도도 있다. 학부모가 자녀의 교실에서 하루종일 봉사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공작물을 가위질하는 것을 돕거나 책을 읽어주면서 교사의 지도를 보조한다.

루이지애나주 맨더빌시 우드레이크 초등학교처럼 구역부모(Block Parent) 제도를 시행하는 곳도 적지 않다. 구역부모는 그 동네 학생들이 긴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일시보호하거나 신고를 받아주는 역할을 한다. 구역부모로는 경찰의 신원조회를 거쳐 흠이 없는 부모들을 지정한다.

미국에서는 어느 학교에나 학부모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학부모교사 협의회(P

TA)가 설치돼 있다. PTA는 매우 잘 짜여진 하나의 단체다. 회장 부회장 회계 사무국장의 계선조직과 15개 안팎의 분과위가 구성돼 있다. 분과위는 기금모금 예술 건축 과학 대인관계 법률 도서관 회원관리 PTA소식지발간 부모교육 특별교육 스포츠 기술지원 행사주관, 그리고 건강과 안전 등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운영과 교사지원을 위한 기금모금. 각종 바자도 열지만 일반 학부모의 참여를 통한 영수증 모집운동도 펼친다. 미국 전역에 체인점을 갖고 있는 대형 슈퍼마켓 자이언트와 세이프웨이는 학부모들이 영수증을 모아오면 일정한 점수를 매겨 해마다 컴퓨터와 복사기 등을 학교에 기증한다. AT&T같은 장거리 전화회사도 학부모들이 신청하면 전화사용료를 학교별로 집계, 그 가운데 일정액으로 컴퓨터 등을 제공한다. 학부모 학교 기업 3자가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협동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맞벌이 부부가 전체 부부 중 60%를 넘는다. 따라서 어른들이 학교 일에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인구 90만)는 지난해 1년 동안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100만시간 이상의 자원봉사를 한 것으로 집계했다.〈워싱턴〓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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