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와 단백질〓인체내 1000조 개 이상의 세포는 원형질막으로 싸여있고 그 안의 소기관(小機關)들은 또 촘촘한 막으로 구분돼 있는 상태에서 고유한 역할을 한다. 소기관 중 세포핵은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리보솜은 단백질을 만든다.
74년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조지 팔라드박사 등은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세포 내 소기관들을 분리해 소기관마다 단백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단백질이 어떻게 막을 통과해 자신이 맡은 위치로 가는지는 의문이었다.
▽우편번호 이론〓블로벨박사는 단백질마다 앞쪽에 11∼50여개의 아미노산이 붙어있어 제 위치를 찾아가는 ‘우편번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신호 폴리펩티드’라 이름붙였다. 이 우편번호에 따라 단백질은 원형질막을 통과해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자신이 속하는 소세포로 가기도 한다는 것.
▽의의와 응용〓블로벨박사의 연구는 세포의 단백질이 어떻게 교통정리돼 제위치로 가는지를 전체적으로 규명한 것.
유전공학적으로 소기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세포 밖에서는 보기 힘든 단백질에 세포 밖으로 이동하라는 ‘우편번호’(신호 폴리펩티드)를 붙이면 질병 치료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거꾸로 약으로 쓰이는 단백질에 유전자처리로 우편번호를 붙여 세포내로 보낼 수도 있다.
또 단백질의 우편번호가 고장나 생기는 것으로 의심되는 질환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치료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도움말〓연세대의대 분자생물학과 안용호교수, 서울중앙병원 진단병리과 이인철교수)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