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 양원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한 공화당은 빌 클린턴 대통령(민주)이 서명한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비준안을 13일 상원에서 부결시킨 데 이어 클린턴 대통령이 러시아와 체결한 요격미사일금지협정(ABT) 비준안도 상원에 상정해 부결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신문들은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강경파의 보복심리 등 복잡한 정치적 갈등이 CTBT 비준안 부결을 낳았다고 14일 보도했다.
당초 상원의 트렌트 로트 공화당 원내총무와 톰 대슐 민주당 원내총무는 CTBT 비준안 표결을 연기하기로 합의했으나 공화당의 제시 헬름즈 상원외교위원장과 존 카일 의원 등이 반발하며 연기합의를 파기해 CTBT 비준안 부결에 이르렀다는 것.
특히 공화당의 강경우파 의원들은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스캔들로 클린턴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으나 무위에 그치고 클린턴이 정치적으로 되살아난 데 불만을 품고 그의 리더십에 상처를 주기 위해 비준안 부결을 강행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전했다.
이처럼 ‘복수심에 불파는 당파적 표결’은 국제연맹이 미국의 참여없이 출범하는 결과를 빚었던 1920년 미 상원의 베르사유조약 비준안 부결을 연상시킨다고 이 신문은 개탄했다.
클린턴대통령도 1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의 CTBT 비준안 부결을 ‘최악의 당파주의’ ‘새로운 고립주의’ 등으로 규정하며 “상원의 다수당은 지난 50년간 핵확산 방지를 이끌어온 미국의 지도력에 등을 돌렸다”고 비난했다.
그는 CTBT 비준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핵실험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개발 능력을 보유한 국가들도 이번 사태를 핵실험 재개의 구실로 삼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파키스탄과 인도를 특별히 지목하며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