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부대 東티모르 진입]주민들 꽁치 건네주며 환영

  • 입력 1999년 10월 17일 20시 53분


동티모르 제2의 도시인 다우카우. 호주군이 경비중인 공항 상공에 C130 수송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16일 오후 2시 한국군 상록수 부대가 동티모르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부단장 오진오 중령을 선두로 수송기에서 내린 장병 150여명은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먼지바람 속에서도 절도있게 움직였다. 이들 중 40여명은 곧바로 격전지역인 로스팔로스로, 나머지는 보급물자가 도착할 인근 콤항구로 이동했다.

부대원들이 주둔지인 로스팔로스의 인도네시아군 막사와 콤 항구에 이르자 주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도우러 온 줄 알아서인지 모두 환한 표정으로 한국군을 맞았다.

도로에는 ‘다국적군 한국군 환영’이라는 플래카드도 걸렸다. 민병대 활동이 원래 미약했고 그나마 지금은 거의 철수한 지역이지만 부대원들은 일단 경비병을 세우고 주둔지역을 정찰했다.

오후 7시반경. 주위가 온통 컴컴해진 콤항구의 방파제 쪽으로 수상한 선박 한 척이 다가왔다. 방파제 인근에 주둔하고 있던 상록수 부대원들 사이에 일순 긴장감이 돌았지만 한국군을 환영하는 뜻에서 자신들이 잡은 꽁치를 건네주려는 주민들이었다. 주민의 정성이 듬뿍 담긴 이 선물은 저녁식사때 즉석회로 만들어졌다.

동티모르 진입 이틀째인 17일 부대원들은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정찰 수색지역을 늘리면서 치안활동을 시작하고 22일 도착할 본대병력을 위해 숙영지를 편성해 나갔다.

한국군이 진주하자 독립지지파인 주민들은 17일 자진해서 무장해제했으며 처음으로 동네시장을 여는 등 상황이 안정됐다. 부대원들은 한국에서 준비해간 과자 사탕 초콜릿 등을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고 청소를 돕는 등 굶주리고 헐벗은 주민들을 위해 구호와 봉사활동을 폈다.

또 교육받을 때 외워둔 인도네시아말을 더듬더듬 써보이자 주민들은 친근감을 나타냈다.

평화유지 활동을 위해 힘들고 불편한 일을 자원한 부대원들은 각자 맡은 임무는 달랐지만 고국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만은 한결 같았다.

보병대대 1중대장 우상용(禹相龍·30)대위는 “내년 1월에 태어날 셋째 아이 이름은 동티모르에 온 것을 기념해 동녘동(東), 밝을 희(熙)로 짓겠다”고 말했다.

〈로스팔로스·콤(동티모르)〓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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