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리콴유(李光耀)전싱가포르총리 간의 아시아 발전에 관한 토론회다. 전경련 국제자문단의 일원인 리 전총리는 22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에서 열리는 자문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1일 방한한다.
김대통령과 리 전총리는 94년 아시아의 발전을 위한 방법론,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를 둘러싸고 한차례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리 전총리는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지 3,4월호에서 ‘문화는 숙명이다’라는 제목의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시아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있었다.
당시 리 전총리는 “아시아에는 가부장제나 종신고용 등 아시아만의 독특한 문화와 가치가 있다. 아시아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가치가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는 유교문화 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에 권위주의적 통치가 더 효과적이라는 게 리 전총리의 논지였다.
이에 대해 당시 아태재단이사장이던 김대통령은 같은 잡지 11,12월호에 ‘문화는 숙명인가’라는 반박문을 기고했다. 김대통령은 “자유 인권 정의 등의 가치는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며 아시아의 역사에서도 이러한 가치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대통령은 ‘맹자’등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주권재민(主權在民)’사상 등을 예시했다. 김대통령은 집권 이후에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국정운영 철학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아시아 각국이 이 두 가치를 병행발전시켰다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김대통령의 소신.
두 사람의 주장은 이른바 ‘개발독재’를 둘러싼 찬반론인 셈이다.
이번 면담은 김대통령이 지난달 고촉통(吳作棟)싱가포르총리의 방한 때 리 전총리와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의견을 전한 데 이어 리 전총리가 이번 방한 중 김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성사됐다.
아시아의 두 지도자가 겨룰 ‘일합(一合)’의 결과가 주목된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