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로 외상이 된 감상은….
“과거에 두번이나 외상을 한 사람은 없다. 외상은 경험도 필요하지만 세계를 돌아다녀야 하는 격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는 동료들과의 관계도 있고 해서 외상수락을 주저했다.그러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가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포스트이니 맡아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서 수용했다.”
그는 미일(美日)관계를 기축으로 하는 외교관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아시아 중시정책을 취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가능한 한 신뢰 속에서 발전시키겠다. 한국 중국 러시아 등과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더 쌓아올리겠다는 것이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 여러 나라들과도 협력해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한일관계가 어느 때보다도 좋은 시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한국과 일본은 긴 역사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갖고 서로를 지켜봐 왔다. 양국 지도자의 노력도 있고 해서 한일관계는 여러가지 레벨에서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난해 10월 방일을 계기로 좋은 관계가 됐다고 본다. 이같은 환경은 유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양국은 공통된 문화를 갖고 있다. 한쪽에서 연주를 하면 다른 쪽이 영향을 받는 ‘공명(共鳴)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는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서양문화, 그 중에서도 미국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며 “요즘 문화는 일본의 나이 든 분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한일간의 문화교류가 진전되면 한국은 주저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이 일본 문화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과는 다른 것이 있을 수 있다”면서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수교교섭 재개나 지난해 8월 이후의 대북제재 해제 문제는….
“북한문제는 핵확산이나 국제적인 불안감을 증폭한다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한미일이 협력해서 북한이 국제사회가 상대할 수 있는 국가, 국제적 룰을 지키는 국가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은 참을성 있게 북―미협의에 임해 왔다. 북―미협의가 계속되는 동안은 미사일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태도를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은 북―미협의 결과에 협력하거나 백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지리적 위치나 역사적 경위 등으로 볼 때 차이가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북한과 맞대고 있는 한국과 아무 것도 아닌(방어가 되지 않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일본 사이에 대북한 정책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시각차를 조정해서 하나로 만들지 않으면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김대중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평가는….
“김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안다. 일관된 생각에 신뢰와 경의를 표한다. 특히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이 안전보장에 대한 확고한 태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높이 평가한다.”
―한일양국이 공동개최하는 2002년 월드컵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월드컵을 한일 두나라가 공동개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실이 됐다. 두 나라가 함께 동일한 목표를 갖고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공동개최가 됐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어려운 문제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때 목적달성의 기쁨은 더욱 커진다. 일본의 월드컵 관계자들에게도 ‘공동개최하는 월드컵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일 교류와 협력의 증진을 위해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양국 간에는 문화교류라고 할까, 민간레벨의 ‘풀뿌리 교류’가 중요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두세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일본인이 서울에 가려할때 바로 부닥치는 문제는 한일노선의 비행기표를 구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공항의 비행기수용능력 등 문제가 있지만 양국간 교류가 확대되려면 이런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
고노외상은 또 언어장벽도 교류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두분(회견에 참석한 동아일보의 두 도쿄특파원)은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되지만 나만 해도 한국말을 할줄 모른다. 일본인들이 한국말을 좀더 공부해야 한다. 영어가 공통어라고 하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 한일 양국민이 길을 물으면 대답할 수 있을 정도의 기본적인 상대국 언어는 배울 필요가 있다. 한일 두 나라의 문화는 공통적인 부분이 많고 재발견할 것이 많다. 교류가 깊어질수록 이해도 깊어질 것이다.”
―양국간 경제협력에 대한 생각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과거에는 인건비 차이가 많아 이런 부분에서 보완할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급성장해 인건비가 높아지고 한일간의 기술이 닮아가면서 보완관계보다는 경쟁관계로 바뀌었다. 서로 어떤 협력을 할수 있을지, 또 경쟁을 하더라도 협력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해야 한다.”
―주변국에서 일본의 보수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웃으면서) 내가 각료가 된 것을 보면 그리 우경화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일본이 우경화됐으면 내가 각료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올해 각종 법안의 통과로 그런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오부치총리는 균형감각이 있고 여러 사람의 말도 잘 들으므로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국회내에 과거보다 좌파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우파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중도파가 늘어났다.”
―니시무라 정무차관의 ‘핵무장 논의’ 발언에 대한 생각은….
“조금전에 사표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부치내각에서 일본의 비핵(非核)3원칙이 절대 바뀌어서는 안되며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믿어주기 바란다.”
〈도쿄〓심규선·권순활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