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시아 연구기관인 헨리 루스 재단이 2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이란 북한 중국 베트남 러시아에 이어 한국을 미국의 여섯번째 적대국으로 꼽았다. 그러나 한국을 미국의 우방국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87년 39%, 89년 42%에 이어 이번에는 52%로 처음으로 응답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같은 인식의 혼선은 한국에 대한 무지와 관계가 깊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71%가 한국이 여전히 미국의 경제원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39%가 서울이 북한의 수도라고 대답했다(45%는 틀린다고 답변).
북한이 침공할 경우 미국이 한국을 방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78년에는 불과 32%만이 찬성하고 52%가 반대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48%가 찬성해 처음으로 반대(43%)보다 많았다. 또 미군의 한국주둔과 관련, 78년에는 주한미군을 증강 또는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5%였으나 이번에는 66%로 늘었다.
한국이 미국의 이해관계에서 차지하는 순위는 일본 중국 이스라엘 러시아 멕시코 이라크 이란에 이어 8번째에 머물러 여전히 낮았다. 헨리 루스 재단측은 미국인의 대한(對韓)인식 개선은 한국에 대한 미국TV의 보도가 화염병이나 돌 투척과 같은 시위장면에서 민주화나 평화적 정권교체와 같은 뉴스로 대체돼온 데 힘입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6월 미국인 성인남녀 1200명을 상대로 한 전화질문으로 실시됐으며 오차범위는 ±3%라고 재단측은 덧붙였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