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산교육]英才 선발 전문인력 양성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1분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6월 프랑스 특집호에서 “프랑스는 학연으로 얽혀 있고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국가”라며 “학연의 주역은 고위관료를 공급하는 그랑제콜(Grandes Ecoles)”이라고 지적했다.

★수재 '그랑제콜' 몰려

이코노미스트가 프랑스 그랑제콜의 전형으로 예를 든 국립행정학교(ENA)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에나르크’라고 불리는 ENA 졸업생들은 정계 관계 재계 언론계의 최상층부에 포진해 프랑스를 끌고 간다. 두 명의 대통령(자크 시라크, 지스카르 데스탱)과 리오넬 조스팽총리 등 6명의 총리가 에나르크이며 17명의 현 각료 중 9명이 ENA에서 공부했다.

49명의 현직 국회의원, 78명의 현직 대사, 50명의 국영기업체 사장도 에나르크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독특한 고등교육시스템인 그랑제콜은 나폴레옹 시절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면서 정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현재 인문계 이공계 자연계 예능계 등 분야별로 300개가 넘는 그랑제콜이 있다. ENA는 45년10월 샤를 드골 당시 대통령에 의해 설립됐다.

★졸업후 장래 보장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파리고등사범학교(ENS)나 에콜폴리테크닉 국립고등광산학교 ENA 등 국립그랑제콜들은 입학생들에게월 7000∼8000프랑(약 160만원)의 월급까지 주며 예비관료대우를 한다.

그런가하면 고등상업학교(HEC) 파리고등상업학교(ESCP) 등 사립 상경계열 그랑제콜의 학비는 연 3만∼4만프랑이나 된다.

그랑제콜의 하나인 파리정치학교(IEP)의 장 뤽 도메나흐 교무처장은 “일반대학은 입학이 쉬운 대신 졸업 후 진로가 불확실한 반면 그랑제콜은 입학이 어려운 대신 졸업 후 장래가 보장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만 합격하면 진학할 수 있는 일반대학과 달리 그랑제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려운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워낙 시험이 어렵기 때문에 바칼로레아 취득 후 1∼2년간 그랑제콜 준비반(프레파)에서 시험준비를 해야 한다. 프레파 입학도 만만치 않아 바칼로레아에 합격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고교 성적이 전교 상위권 5% 이내에 들어야 한다. 결국 수재 중의 수재만이 그랑제콜 학생이 되는 것이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인력양성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랑제콜의 수업은 이론강의보다는 세미나와 현장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ENA의 경우 교육기간 2년 중 정부부처 실무수습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수업도 △법안과 예산안 △사회 현안과 관련된 설문조사 △정부에서 선정한 과제에 대한 보고서 작성 등 실무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랑제콜 출신들이 졸업하자마자 일선 현장에서 능숙하게 일처리를 해낼 수 있는 비밀은 바로 이같은 독특한 교육제도 덕분이다.

★현장감각 충실히 익혀

ESCP 졸업반(3학년)인 주용국(朱龍國·23)씨는 1년간의 인턴기간에 투자자문회사인 미국계 언스트영에서 6개월, 플래닛 파이낸스금융회사에서 3개월 일하면서 현장감각을 익혔다고 말했다.

그랑제콜 졸업생들의 경쟁력은 대단하다. 그랑제콜 출신 고위관리 가운데는 선출직인 지방자치단체장을 겸임하는 경우도 많다. ENS출신인 알랭 쥐페는 총리로 재임하면서 보르도시장을 지냈다. 그래도 그들은 대부분 양쪽 업무를 훌륭히 처리하기 때문에 비난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 그랑제콜의 힘이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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