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정국 이슬람영향력 급부상…군부 입김은 줄듯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1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신자를 가진 나라, 인도네시아에 이슬람 지도자 출신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에 따라 비록 정교(政敎)일치 국가는 아니지만 향후 인도네시아 정국에 이슬람 세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인구 90%가 신자

인도네시아 이슬람신자는 인구 2억2000만명 중 90% 가량인 1억9800만명. 그러나 이란 이라크 등 중동지역 이슬람국가와 달리 이슬람교가 국교(國敎)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다. 여성이 취업하는 데에도 큰 장벽이 없는 등 중동국가의 엄격한 이슬람사회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슬람세력이 앞으로 인도네시아 정치에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는 것은 무엇보다 압둘라만 와히드대통령이 4000만 회원을 가진 이슬람단체의 세습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또 대선 과정에서 이슬람계 6개 정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기에 종교적인 측면에서 운신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와히드를 민 정당 가운데에는 이슬람 율법의 법제화를 주장하는 정의당 등 원리주의 성향이 강한 정당이 포함돼 있다.

★ 군부 입김은 약화 예상

최근 이슬람의 정치세력화도 두드러진다. 6월 총선에 이슬람을 표방한 정당이 19개나 등장했고 직선 의석 462석 중 120여석을 차지했다. 이같은 변화는 앞으로 사회 곳곳에 이슬람의 영향력이 보다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

호주의 일간지 시드니모닝 헤럴드는 21일 “이슬람 지도자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인도네시아는 군부의 ‘세속적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종교적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 他종교 저항 우려

그러나 새정부가 직접적으로 국민에게 엄격한 이슬람율법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의 BBC방송은 21일 보도했다. 만일 그같은 정책을 취할 경우 수하르토 퇴진 이후 자유를 맛본 국민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 예상되는데다 기독교도가 다수인 암본섬 등지에서 분리주의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이슬람국가와의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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