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취임 이후 11년째 재임중인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74)은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면 고령으로 퇴임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언론은 그동안 후임으로 로버트 루빈 전재무장관,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 윌리엄 맥도너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을 거론해 왔다. 그러나 최근 로저 퍼거슨 FRB부의장(48)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 경제전문 격주간지 포천이 25일자에서 보도했다.
퍼거슨의 직위는 FRB에서 ‘넘버 투’에 해당하는 부의장. 그린스펀이 물러나면 의장직을 승계한다.
퍼거슨은 FRB 고위 관료 중에는 드문 흑인이다. 그는 이론과 실물경제 모두에 밝다는 점을 높이 인정받아 97년 FRB 이사로 취임했다. 그후 승승장구해 지난달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FRB 부의장에 올랐다.
그의 이력서는 화려하다. 미 하버드대에서 서머스 재무장관과 함께 공부했으며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버드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자격도 획득해 법률지식도 해박하다.
그는 뉴욕의 대형 로펌인 DP&W에서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컨설팅회사인 멕킨지 이사를 지내는 등 10여년간 경제 현장 감각을 익혔다. FRB에서는 Y2K 위원장을 지낸 컴퓨터 전문가이기도 하다.
퍼거슨은 그린스펀의장 밑에서 일한 부의장 중 유일한 ‘실세 부의장’으로 통한다. 전임 부의장들은 그린스펀에 눌려 지냈다. 하지만 퍼거슨은 이달 초 열린 공개시장위원회에서 탁월한 정책조정 능력을 과시하는 등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경제관을 갖고 있어 양당 모두 그가 FRB의장이 되는 데 거부감은 없을 것이라고 포천지는 예상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