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역사적 정권교체를 이루자 외부의 시선은 이웃 말레이시아로 쏠리게 됐다.
말레이시아 연립여당 국민전선(NF)은 24일로 집권 25주년을 맞았다. 14개 정당이 모인 NF는 74년 총선 이후 줄곧 집권해왔다.현재NF는하원 192석 중 162석을 차지하고 있다.
연립여당 내 최대 정당인 말레이민족연합(UMNO)은 57년 독립 이래 42년간 지배세력으로 군림해왔다. 74년 이전에는 단독집권했다. UMNO 당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74)는 18년간 권좌를 지키고 있다. 마하티르는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수하르토가 32년간의 집권 끝에 지난해 퇴진하자 아시아 최장기 집권자가 됐다.
◇내년 총선도 이길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NF는 25일 집권 25주년 자축행사에서 “정권교체는 국가의 성장과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계속 집권 의지를 분명히 했다. 마하티르도 물러날 생각이 아직 없다. 후계자로 꼽히는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부총리가 총리직을 수행할 준비가 안됐다는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마하티르는 81년 첫 취임 이후 4번의 총선에서 내리 이겼다. 내년 4월 총선에서도 승리할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뚜렷한 대안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마하티르에대항하는대표적 반체제인사는 안와르 이브라힘 전부총리. UMNO 부총재로 제2인자였던 안와르는 80년대 중반부터 당권도전 의사를 비치며 마하티르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낀 세력을 규합했다.
마하티르는 지난해 9월 경제위기의 책임을 물어 안와르를 해임하고 부패와 동성애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안와르는 날조이며 정치탄압이라고 맞섰다. 안와르는 ‘독재자’ 마하티르에게 저항하는 개혁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부인 아지자는 남편을 대신해 올해초 야당을 창당했다.
◇야당취약 대안없어
안와르 구속을 계기로 개혁요구가 고개를 들며 반(反)마하티르 시위로 발전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경제가 회복되면서 반 마하티르 시위도 줄었다. 게다가 안와르는 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데다 야당은 아직 취약하다.
경제는 마하티르의 최대업적이며 장기집권의 최대배경이다. 90년부터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전까지 말레이시아는 연평균 8%가 넘는 고도성장을 계속했다.
97년 외환위기는 마하티르에게 시련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웃 국가들과 달리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 프로그램을 거부하고 외자 유입을 통제하는 등 독자적 처방을 고집했다. 속도가 느리기는 했지만 그의 처방도 나름대로 경제를 회복시켰다.
외환위기 당시 마하티르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던 IMF도 지난달에는 그의 조치가 적절했음을 시인했다.
마하티르는 최근의 회고록 ‘아시아를 위한 새로운 흥정’에서 IMF의 줏대없는 태도와 국제투기자본의 해악을 맹렬히 비난하고 ‘아시아적 가치’를 옹호했다. 그는 미국 등 서방에 대항하는 아시아의 대변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그의 그런 국제적 위상도 상당부분 회복됐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