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산교육]실습위주 직업학교서 기능인 만든다

  • 입력 1999년 10월 25일 20시 01분


프랑스 파리 15구에 있는 ‘코르동 블뢰’ 요리제과전문학교 강의실. 요리사 유니폼을 입은 20여명의 요리 중급반 학생들이 강사의 동작 하나 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있다. 강의대상 요리는 앙트레(전식) 플라(주요리) 데세르(후식) 모두 소스에 꿀을 넣은 바스크지방 전통음식. 강사가 요리 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면 보조강사가 영어로 통역한다.

강의가 끝나면 학생들은 4,5명씩 조를 짜 요리 실습에 들어간다. 강사는 이 학교 졸업생이거나 투르 다르장, 크리용호텔 등 프랑스 최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장 출신이다.

요리반과 제과반 초중고급과정에서 공부중인 요리사 지망생은 200여명으로 90%가 외국인이다. 미국 출신이 25%로 가장 많고 일본(20%) 브라질(16%) 한국(15%) 등의 순.

코르동 블뢰에서 외국인을 담당하고 있는 카트린 바쉐는 “1895년 개교 이래 우리 학교를 거쳐간 6000여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각국에서 요리강사, 식당 주방장, 식당 제과점 운영 등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며 “다이애나 전 영국왕세자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미국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먼도 우리 학교 졸업생”이라고 자랑했다.

프랑스에는 이밖에도 패션스쿨인 에스모드와 파리의상조합학교(ECSCP), 국제호텔경영전문학교(IMHI) 프랑수아 모리스 미용분장전문학교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전문직업학교(에콜)가 많다.

프랑스의 전문직업학교들이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에콜은 실습위주로 직업전선에서 필요로 하는 살아있는 전문기술을 가르친다. 또 손톱손질부터 만화 신상품기획 예술품복원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전공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파리의상조합학교처럼 관련직종 조합에서 에콜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취업도 쉽다. 에콜의 실습장시설과 운영자금 대부분을 관련기업에서 지원하는 등 산학협동도 잘된다.

프랑스의 직업교육은 중학교 실업반→실업계고교→고등기술전문대(STS) 또는 에콜로 이어진다. 교육을 통해 충분한 기능을 습득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각종 자격증은 프랑스 정부가 직접 관리한다. 실업계고교 2년과정을 마치면 직업적응자격증(CAP)이나 직업연구자격증(BEP)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80년대 초부터 전국 1400여개의 공사립기술 실업 농업계고교에 STS를 증설했다. 87년부터는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에 직업계열이 추가됐으며 현재는 회계 비서 요리 등 서비스업 계열 9개, 산업기술계열 42개 등 총 51개 분야로 나뉘어 시험을 치른다. 올해 바칼로레아 응시생은 △일반계열 34만4243명 △기술계열 18만5368명 △직업계열 10만6395명으로 직업계열이 92년에 비해 59%나 늘었다.

135개로 전공이 세분돼있는 2년제 STS나 에콜을 졸업하면 고등기술자격증(BTS)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이 사회로 진출한다 해도 공부가 끝나지는 않는다. 상급과정의 교육을 원하는 사람은 국립직업기술원(CNAM)에서 공부를 계속해 기술고등연구학위(DEST) 등의 자격을 받을 수 있다.

전문기술인을 육성하는 교육제도, 세분화된 직업학교, 장인을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어우러져 프랑스의 장인들에게 ‘내가 이 분야에서는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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