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끝나면 학생들은 4,5명씩 조를 짜 요리 실습에 들어간다. 강사는 이 학교 졸업생이거나 투르 다르장, 크리용호텔 등 프랑스 최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장 출신이다.
요리반과 제과반 초중고급과정에서 공부중인 요리사 지망생은 200여명으로 90%가 외국인이다. 미국 출신이 25%로 가장 많고 일본(20%) 브라질(16%) 한국(15%) 등의 순.
코르동 블뢰에서 외국인을 담당하고 있는 카트린 바쉐는 “1895년 개교 이래 우리 학교를 거쳐간 6000여명의 외국인 학생들이 각국에서 요리강사, 식당 주방장, 식당 제과점 운영 등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며 “다이애나 전 영국왕세자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미국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먼도 우리 학교 졸업생”이라고 자랑했다.
프랑스에는 이밖에도 패션스쿨인 에스모드와 파리의상조합학교(ECSCP), 국제호텔경영전문학교(IMHI) 프랑수아 모리스 미용분장전문학교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전문직업학교(에콜)가 많다.
프랑스의 전문직업학교들이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에콜은 실습위주로 직업전선에서 필요로 하는 살아있는 전문기술을 가르친다. 또 손톱손질부터 만화 신상품기획 예술품복원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전공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파리의상조합학교처럼 관련직종 조합에서 에콜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취업도 쉽다. 에콜의 실습장시설과 운영자금 대부분을 관련기업에서 지원하는 등 산학협동도 잘된다.
프랑스의 직업교육은 중학교 실업반→실업계고교→고등기술전문대(STS) 또는 에콜로 이어진다. 교육을 통해 충분한 기능을 습득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각종 자격증은 프랑스 정부가 직접 관리한다. 실업계고교 2년과정을 마치면 직업적응자격증(CAP)이나 직업연구자격증(BEP)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80년대 초부터 전국 1400여개의 공사립기술 실업 농업계고교에 STS를 증설했다. 87년부터는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에 직업계열이 추가됐으며 현재는 회계 비서 요리 등 서비스업 계열 9개, 산업기술계열 42개 등 총 51개 분야로 나뉘어 시험을 치른다. 올해 바칼로레아 응시생은 △일반계열 34만4243명 △기술계열 18만5368명 △직업계열 10만6395명으로 직업계열이 92년에 비해 59%나 늘었다.
135개로 전공이 세분돼있는 2년제 STS나 에콜을 졸업하면 고등기술자격증(BTS)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이 사회로 진출한다 해도 공부가 끝나지는 않는다. 상급과정의 교육을 원하는 사람은 국립직업기술원(CNAM)에서 공부를 계속해 기술고등연구학위(DEST) 등의 자격을 받을 수 있다.
전문기술인을 육성하는 교육제도, 세분화된 직업학교, 장인을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어우러져 프랑스의 장인들에게 ‘내가 이 분야에서는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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