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돈다발 외교' 구설수…인질석방-유네스코총장 선거

  • 입력 1999년 10월 27일 18시 41분


키르기스스탄 반군에 납치됐던 일본인 4명을 석방시키기 위해 일본측이 ‘몸값’을 주었는가. 마쓰우라 고이치로(松浦晃一郎) 프랑스 주재 일본대사가 유네스코 사무총장에 선출될 때 돈을 썼는가.

일본 집권 자민당의 무라카미 마사쿠니(村上正邦)참의원회장은 26일 당 간부회의에서 “인질석방 및 유네스코 총장 선거와 관련해 일본이 돈을 썼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정부는 조심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간사장은 이어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이 말을 각료들에게 전했다.

이에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은 “절대로 몸값을 준 적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도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다시 말하지만 인질석방은 돈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7일자 아사히신문은 인질석방협상을 벌였던 키르기스스탄 고위인사가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몸값과 인질을 교환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인질석방 전에 일본 신문들은 일본인을 납치한 무장세력이 200만달러의 몸값을 요구한다고 보도했었다.

유네스코총장선거를 둘러싼 매표의혹은프랑스 호주 미국 언론의보도로 불거졌다. 고노 외상은 “돈을주고 표를 산 적이 없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모리 간사장은 “일본이 돈을 많이 쓴다는 인상을 주어 일본인이 인질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라며 각료들을 다독거렸다.

이번 의혹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국제적 분쟁해결 과정에서 인적(人的)공헌보다 금전적 지원을 주로 해온 일본의 ‘돈다발 외교’에서 빚어진 후유증이라고 일본 신문들은 분석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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