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기업 인수협상 외국자본들 "재벌간판 남겨줘요"

  • 입력 1999년 10월 27일 19시 14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 현대 계열 금강기획의 매각 협상에서 가장 큰 변수는 현대측의 지분 유지 여부.

현대는 최대한 많은 외화를 끌어들이기 위해 지분을 100% 처분하고 싶지만 파트너인 외국기업은 “현대가 일정지분을 유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상대방은 특히 “오너인 정주영(鄭周永)회장 일가가 단 몇주라도 지분을 계속 갖고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까지 제시하고 있다.

◇100% 지분인수 원치않아

현대측은 이같은 요구에 “현대라는 ‘우산’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현대가 지분을 갖고 있게 되면 현대의 ‘준 계열사’ 쯤으로 대접받을 것이라는 기대때문이라는 얘기다. 가령 현대 계열사의 광고를 확보하는 데 여러모로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상대방 요구가 하도 완강해 우리가 20% 정도 지분을 남겨 놓는 식으로 양보해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계열사로 남아야 혜택

국내 그룹과 기업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외국자본이 이처럼 재벌의‘간판’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그룹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나 계열사들의 고정수요 등을 감안하면 홀로 들어오는 것에 비해 이점이 많기 때문.

지난주 매각 완료된 현대정유의 경우도 매각 협상이 늦어진 이유가 인수기업의 현대측 지분 유지 요구 때문이었다. 인천제철이나 대한알루미늄의 매각 협상도 사정은 마찬가지.

삼성의 할인점 사업 부문을 넘겨받은 영국 태스코사도 ‘삼성’이라는 이름을 10분 활용하고 있다. 회사 로고 마저 삼성 로고 아래에 태스코사를 명기한 모양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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