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로 예정됐던 김계관(金桂寬)외무성부상과 미국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담당특사간의 북―미 회담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연일 한미 양국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북―미 양측은 지난달 베를린회담에서 10월초 회담을 재개한다는 데 합의했고 뉴욕라인을 통해 지난 6일 회담을 연다는 데 의견을 접근시켰다. 하지만 북한은 확답을 차일피일 미룬 채 11월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위에서 아무런 훈령이 없다”며 협상재개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북―미 회담은 빨라야 내달 초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북한 외무성은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문 채택 5주년을 맞아 미국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연일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북한은 2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측에 ‘신의있는 태도’를 촉구한 데 이어 23일에는 노동신문과 평양방송을 동원해 북―미 기본합의문이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특히 △경수로 건설 지연 △중유지원에 대한 미국의 불확실한 태도 △미 공화당의 압력 등을 지적하며 미국이 ‘배신의 길’을 걸어왔다고 밝혔다.
한미간 연례합동 군사훈련인 독수리 훈련에 대해서도 북한측은 “북―미 베를린회담에 따라 관계 완화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동군사연습을 벌이는 것은 신의를 저버리고 등에 칼을 꽂는 배신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부당국자들은 북한의 전형적인 ‘2보 전진, 1보 후퇴’전술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베를린 합의 이후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