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해외동포학자 통일회의]남북학자3명 주제발표

  • 입력 1999년 10월 27일 22시 47분


▼"옥수수 증산사업은 식량차원 넘어 통일씨앗 될것"▼

◇김순권〈경북대교수〉

북녘 동포들은 95, 96년의 대홍수와 97년의 가뭄으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었다. 옥수수사업은 북녘의 식량증산을 획기적으로 이룰 뿐만 아니라 식량자급도가 낮은 남한에도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98년 3월 100여개 비정부기구(NGO)들과 함께 북한 옥수수심기 범국민운동을 추진했다.

첫번째 사업으로 3000여종의 옥수수 종자를 만들어 북쪽 12개 시험장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또 76년 농촌진흥청 연구원시절 개발한 ‘수원19호’ 종자 5t을 북쪽 83개 협동농장에서 시범재배했다. 지난 해에는 민간단체의 도움으로 비료 3000t을 지원해 북한 품종과 함께 옥수수를 비교재배하는데 썼다. 이로 인해 1㏊당 옥수수 9.1t이 생산되는 등 평균 생산량이 23%나 증가했다.

또 북측에서 개발한 새 옥수수 100여종을 들여와 98년 겨울부터 대구와 밀양에서 대대적으로 종자생산시험과 연구를 하고 있다.

수원19호 종자는 북녘 처녀원종(♀)과 남쪽 총각원종(♂)간의 교배로 생산됐다. 옥수수가 남남북녀가 되어 통일을 이룬 것이다. 남북이 함께 추진하는 옥수수 증산사업은 옥수수 품종을 개발하고 식량을 증산한다는 차원을 넘어 남북 화해와 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새 장을 열 것이다.

▼"금강산관광은 관계개선 큰 획 긋는 역사적 사건"▼

◇서동만〈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금강산관광을 통해 12만명이 넘는 남측 관광객이 ‘합법적’으로 북쪽 땅을 밟았다는 사실은 분단이래 처음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금강산관광이 남북 당국간 대화로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7·4공동성명(71년)이나 남북기본합의서 채택(92년)에 버금가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남북 당국간 대화는 진전이 없지만 금강산 개발을 통해 양측은 간접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남북경협의 확대는 결국 남북 당국을 적절한 시기에 직 간접으로 대화에 참여시킬 것이다.

군사적 대치 속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북한지역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일종의 정치군사적 신뢰조치에 해당한다. 서해교전에도 불구하고 남측 정부가 관광을 허용했고 북측도 받아들임으로써 상당한 신뢰관계가 조성된 것이 예다. 다만 현재처럼 문화적 접촉 없이 경치만 보는 관광은 개선해야 한다.

어렵게 성사된 금강산 관광을 계속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 발전적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영미씨 억류사건은 남북 양측이 현명하게 위기를 해결한 사례로 양측이 서로 인식을 깊이 하고 학습한 계기였다. 금강산관광 지역에서 지켜야 할 수칙을 남북 양측이 합의해 만들어낸 것도 남북 화해협력의 중요한 성과다.

▼"잦은 만남 대화로 오해 불신씻고 민족화합 이뤄야"▼

◇조성발〈北조선철학회 부회장〉

세계가 지금 탈(脫)냉전, 데탕트 시대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지배주의 세력의 전횡은 종식된 것이 아니라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 민족이 겪고 있는 민족분열의 비극은 우리 민족 스스로 바라서 생긴 것도 아니고 우리 민족내부의 모순에 의하여 산생(産生)된 것도 아니다. 외세에 의해 강요된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는 이러한 불행과 비극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바로 온민족의 대단결이다. 한 가정의 경우를 놓고 보아도 불청객이 뛰어들어 이래라 저래라 하면 가정의 화합이 보장될 수 없는 것처럼 민족의 경우에도 외세가 뛰어 들면 민족적 화합과 단결을 이룰 수 없다.

민족적 단결을 이룸에 있어 또한 중시해야 할 문제는 애족의 입장에서 민족공동의 요구를 중시하고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민족이 단결하려면 애족의 마음을 중시하고 사상과 제도, 신앙의 차이를 초월하여 민족공동의 요구와 이익을 앞세우고 그에 모든 것을 복종시켜야 한다. 우리는 동족을 부정하고 외세를 긍정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며 외세를 부정하고 동족을 긍정하는 올바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민족내부의 오해와 불신을 가시게 하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려면 서로 접촉하고 대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베이징=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명단

△정치부 이동관(李東官)차장대우(dklee@donga.com)

김영식(金影植)기자(spear@donga.com)

△국제부 이종환(李鍾煥)베이징특파원(ljhzip@donga.com)

△사진부 석동률(石東律)기자(seok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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