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남아共 투투주교-데 클레르크

  • 입력 1999년 10월 28일 18시 58분


남아共 투투주교
남아共 투투주교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두 명이 서로 심하게 인신공격을 하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에 맞서 싸웠던 데스몬드 투투주교(84년 수상)와 백인정권 최후의 대통령으로 흑백간 인종화합에 기여했던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94년 수상)가 대결의 주인공.

싸움의 직접적인 계기는 투투가 얼마 전 펴낸 ‘용서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책에서 “데 클레르크는 관대함과 아량을 찾아볼 수 없는 소인배”라고 비판한 일이었다고 AP 등 외신이 28일 전했다.

데 클레르크는 27일 “투투는 무엇이 진실인지에 관해 자신의 속 좁은 소견만 고집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투투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두 사람 사이가 벌어진 것은 만델라 정권 출범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인 소수정권이 저지른 인권탄압 실태를 밝히기 위해 만들어진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투투주교가 맡으면서부터였다.

투투는 백인정권의 인권침해 사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대통령이었던 데 클레르크에게 진실을 털어 놓으라고 했다. 데 클레르크는 “당시 최선을 다 했다는 말 외에는 더 밝힐 것이 없다”며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런 사정을 소개하며 투투는 “데 클레르크를 노벨평화상 수상자 후보로 추천한 내가 바보였다”고 적고 있다.

화해를 위해 투투와 접촉했으나 성과가 없자 데 클레르크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우리 사이가 이 모양이니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겠느냐”고 한탄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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