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번 회의가 해외채권금융기관의 공식적 합의를 도출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내심 채무 지불유예(Standstill)에 동의해줄 것을 기대했던 것.
해외채권단의 가장 큰 불만은 대우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배제됐다는 것.
한 해외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한푼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평한 발언권을 주는 등 투명하게 정책집행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대우처리를 서둘러야 하는 한국정부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해외채권단의 동의를 끌어내지 않고는 원만한 워크아웃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채권단은 이같은 공감대 아래서 국내채권단이 만든 워크아웃플랜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비토권)를달라고줄곧요구했었다.해외채권단은새로구성할 협의체를 통해비토권외에대우가 제공한 담보(10조원)의 우선 제공, 정부와 국내채권단의 지급보증 등을 워크아웃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계속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채권은 약 67억달러로 대우그룹 총부채의 10% 가량이지만 이들이 법적대응에 나서면 국내채권단이나 정부로선 골치아픈 일.
국내은행 관계자는 “만약 체이스맨해튼 HSBC 등 채권액이 수억달러에 이르는 기관들이 소송을 한다면 워크아웃 계획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채권단이 일단 개별적 법적대응은 자제하되 대우계열사의 정확한 손실규모와 워크아웃 방향을 보아가며 태도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는 “해외채권단에 대해서는 내년 3월까지 원리금을 유예해줄 것을 계속 요청하면서 국내채권단을 대상으로 워크아웃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