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새 역사교과서 모임'회장 또 망언

  • 입력 1999년 11월 1일 20시 06분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회장 니시오 간지(西尾幹二)전기통신대 교수가 최근에 펴낸 ‘국민의 역사’(산케이신문사 발행)가 한반도 식민통치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전면부정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현재 일본에서는 여러 출판사와 단체가 2002년부터 중고교에서 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편찬하고 있으며 이 단체도 독자적으로 역사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이 책은 일본 보수우익세력의 역사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니시오는 이 책에서 △일본군인이 되고 싶어 하는 한국인도 많았다 △같은 식민지였던 대만보다 (한반도에 대해서는) 훨씬 선정(善政)을 베풀었다 △프랑스나 네덜란드는 아시아를 철권통치했으나 일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일본은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민의 반일감정에 대해 “중국에는 약하고 일본에는 우월감을 가졌던 조선의 체질과 연계돼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배타적인 원한과 우월감이 섞인 정신상태를 빚어냈고 이것이 반일심리의 기초가 되고 있다”고 기술했다.

그는 또 “한일합방은 영국 미국 러시아의 열강이 서로 견제하던 당시 아시아의 정치상황에서 무방비의 한반도를 사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우선시했던 정책의 결과였다”며 “이는 일본이 국가간 힘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책임을 떠맡은 것으로서 피할 수 없는 의무였다”고 강변했다.

그는 한국인이 식민통치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는 데 대해 “원인(책임)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부당함에 대해 화를 내면서 이를 참고 있는 일본인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서술했다. 그는 “한국인이 일본을 원망하는 것은 판단착오”라며 “그렇다면 러시아의 식민지가 되는 편이 나았겠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니시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조선침략도 “동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제국을 건설한다는 장대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일본인의 근대의식에 대한 최초이자 최대의 자기표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96년 여름에 공개된 중학교의 새 역사교과서들이 빠짐없이 종군위안부를 다룬 데 반발해 같은해 12월에 결성됐다. 일본의 전쟁책임을 인정하는 역사관을 ‘자학사관(自虐史觀)’이라고 공격하면서 97년에는 문부성에 “교과서에서 군위안부 부분을 삭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보수우익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