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적 낙제 수준▼
체코에서는 기업 경영자들이 회사돈을 빼돌리거나 배임 등의 행위를 일삼아 소액투자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체코 프라하 중심부에 있는 대형유통업체‘고도바’는 올들어 3차례나 ‘방화 테러’를 당했는데 모두 불만을 품은 소액투자자들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 가지 사례는 동유럽 국가들의 섣부른 자본주의 도입에 따른 진통을 대변한다.
동유럽 각국은 지난 10년간 정치적 자유 신장과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역설적이지만 각국의 잦은 좌우 정권 교체는 그만큼 정치적 자유가 신장됐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적은 낙제수준이어서 후유증이 크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발표한 98년 각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89년을 100으로 할 경우 폴란드(118) 슬로베니아(103)만이 100을 넘었다. 반면 라트비아(58) 에스토니아(59)는 10년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동유럽에서 하루 4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층 인구는 88년 전체 인구의 4%에서 94년에는 32%로 늘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8월 동유럽 25개국(구소련 포함)에 대한 보고서에서 부의 불평등과 지하경제로 대표되는 부패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빈부격차 부패 심각▼
개혁의 성과가 부진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과거회귀 조짐이 일고 있다. 4일 대통령 결선투표가 치러질 마케도니아에서는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구공산당인 사회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한 체코에서는 지난해 6월 총선에서 혁명 이후 처음으로 구공산당인 사회민주당이 승리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력 증가 긍정적▼
체제전환후 급락하던 동유럽 각국의 경제성장률은 94∼95년경부터 성장세로 돌아섰다. 외국 자본의 투자도 급증했다. EBRD에 따르면 81년부터 88년까지 동유럽 25개국에 대한 직접투자 등 외국 자본 유입은 한해 평균 33억3000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89년부터 97년까지는 외국자본유입이 한해 평균 246억6200만달러로 늘었다. 97년에는 611억달러의 외국자본이 동유럽에 유입됐다. 체코 폴란드 헝가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최근 “동유럽의 시장경제 전환에 따른 생산력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는 다음 세기 초반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동유럽이 체제를 전환하지 않았다면 더욱 비참한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