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군부독재자 98명 체포영장

  • 입력 1999년 11월 3일 10시 21분


스페인의 발타사르 가르손 판사는 2일 지난 76∼83년 아르헨티나를 군사통치했던 호르헤 비델라, 에두아르도 비엘라, 레오폴드 갈티에리 등3명의 전직 대통령과 당시 군사평의회 위원 12명 등 모두 98명에 대해 테러와 학살,고문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그스토 피노체트 체포영장을 발부해 영국에서 체포되게 했던 가르손 판사가 이번에 영장을 발부한 군 장성중에는 에밀리오 마세라전 해군사령관, 도밍고 바시 전 투쿠만 주지사와 기예르모 수아레스 마손 전 육군제1군단장 등이 포함돼 있다.

비델라 등 3명의 전직 대통령은 76년 이사벨 페론 전 대통령을 축출한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뒤 차례로 대통령에 취임, 히틀러의 나치정권때와 같은 철권통치를 펼쳤다.

이 기간중 9천명 이상의 반체제 인사들이 살해되거나 실종된 것으로 공식 발표됐으나 인권단체들은 희생자가 최고 3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르손 판사는 아르헨티나 군부독재기간중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스페인인 600명의 실종 및 납치사건에 이들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피노체트 사건때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 독재자들을 스페인 법정에 기소하려는 노력이 당사국간 외교분쟁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해도 이들이 곧바로 체포돼 스페인법정으로 인도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83년 민주주의로 복귀한 뒤 비델라 등을 재판에 회부해 징역형을 선고했으며 5년후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이 이들에 대해 사면조치를 발표하는 등 군부독재를 경험했던 다른 남미 국가들과 달리 나름대로의 과거청산작업을 펼쳤었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메넴대통령은 이후에도 가르손 판사의 수사협조 요청을 거부해 왔는데 차기 대통령 당선자인 페르난도 데 라 루아가 이 문제에 어떤 대응을 보일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그러나 정부의 과거청산작업이 미진하다고 주장하며 가르손 판사의 체포영장 발부를 일제히 환영했다.

실종된 민간인들의 어머니들로 구성된 아르헨티나의 인권단체 ‘오월 광장 어머니회’의 알바 란질로토 간사는 군부독재시절의 납치범과 강간범, 고문범들이 아직도거리를 활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아르헨티나에서는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우리를 대신해 외국에서 정의가 추구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마드리드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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