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안보국 주도 세계적 감청망 있다…전화-E메일 체크

  • 입력 1999년 11월 3일 20시 03분


미국이 주도하고 영국과 호주가 공조하는 세계적인 통신감청망 ‘에셜론(ECHELON)’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2일 보도했다.

BBC인터넷판에 따르면 호주 정보보안부(GIS) 감찰관 빌 블릭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적 통신감청망 에셜론이 존재하며 자신이 일했던 호주 방위통신대(DSD)도 이 감청망의 일부라고 최근 확인했다. 에셜론의 존재를 국가 정보기관 관계자가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에셜론은 NSA와 DSD 이외에도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 등 미국 우방의 자체 정보기관과 각국 주재 미국 감청기지로 이뤄져 있다. BBC는 미국 감청기지의 일례로 영국 노스요크셔주 해로게이트 북쪽 평야지대에 세워져 있는 골프공 모양의 초대형 레이돔(돔형 레이더) 30여개가 영국주둔 멘위스힐 미군부대의 감청기지라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에셜론은 세계를 오가는 E메일 팩스 국제전화 무선전화 등의 내용을 파악해 중요 정보의 핵심문구를 목록으로 작성해 보관하고 있다. 특히 에셜론은 음성인식을 할 수 있는 초고성능 컴퓨터를 쓰고 있으며 최고 감청능력은 시간당 200만건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 미국 육군 정보부대에서 일했던 댄 스미스 대령은 에셜론의 첨단기기들이 많은 정보를 분류해 미국 NSA가 원하는 정보를 골라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약 테러 등 국제범죄 적발을 목적으로 하는 에셜론이 기업활동 등 사적(私的)인 분야의 감청에도 관여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NSA는 프랑스 톰슨CSF사와 브라질 정부 사이에서 전화로 이뤄진 레이더 판매 협상 내용을 감청해 미국 기업에 제공했다. 이 미국 기업은 이에 힘입어 브라질로부터 수주를 따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하원 밥 바 의원(공화당)은 에셜론의 사생활 침해 혐의 등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 위해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바 의원은 12월 영국을 방문해 영국 의원들과도 공조할 예정이다. 영국 자유민주당(LDP) 노먼 베이커 의원도 멘위스힐 감청기지에 대한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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