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는 지금/통합과 분열]EU "西유럽 우산속으로"

  • 입력 1999년 11월 4일 19시 19분


“불가리아 코즈로두이 지역의 4개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에 문제가 있는 만큼 폐쇄해야 하며 경제개혁에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

“루마니아 국가 구호시설에 수용된 어린이 10만여명의 처우개선을 위해 단호한 결단이 있어야 하며 경제상황(지난해 경제성장률 -7.8%, 물가상승률 59.3%)을 확실하게 개선시킬 대책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은 불가리아 및 루마니아와 내년 가입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몇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두 나라에 요구했다. 대부분의 동유럽국가들은 두 나라처럼 EU가 제시하는 가혹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EU 가입은 80년대 후반부터 체제변혁을 추진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다.

EU에 가입하면 가입 자체만으로도 국가의 신인도가 올라가 서방 자본의 유치 등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도 러시아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하는 최선의 방법은 EU 가입이라며 스웨덴 등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EU는 동유럽 국가들의 가입요청에 따라 93년 가입 기준의 대강을 마련하고 지난해 3월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키프로스 에스토니아 등 6개국을 1차 가입협상국으로 정했다.

인권등 가입기준 엄격 가입기준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확립, 기본적 인권보장, 소수민족 존중 및 보호 △시장경제 체제가 현실적으로 기능하고 EU 역내 경쟁압력을 견딜 수 있는 역량 구비 △EU의 정치 경제 통화통합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회원국 의무 준수 의지 확인 등.

로마노 프로디 신임 EU 집행위원장은 9월 취임이후 EU확대를 위한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다.

EU는 지난달 13일에는 불가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몰타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6개국을 추가로 가입협상대상국에 포함해 내년부터 협상을 벌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터키에 대한 입장도 완화, 가입 불가에서 협상 후보국으로 지위를 바꿨다. 이에따라 2003년 동유럽 국가중 일부가 현재 15개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는 EU의 새 식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경에는 회원국이 30개국 가량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향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회원국의 확대는 단일통화 유로의 도입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유럽통합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서유럽과 손을 잡으려는 동유럽의 움직임이 분명해지는 반면 한편에서는 민족 종교 지역갈등으로 인한 분열이 벌어지고 있다.

유고연방은 91∼92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로 분열됐다. 체코슬로바키아도 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갈라졌다.

끝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개입까지 초래한 코소보사태는통합의 시대에 분열의 고통을 겪고 있는 동유럽의 현재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프로디 EU집행위원장 "로마제국 붕괴후 첫 통일기회"▼

“동유럽 혁명으로 로마제국 붕괴 이후 15세기 만에 처음 전유럽이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가운데 하나로 통일될 기회를 맞았다.”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59·전 이탈리아 총리)은 지난달 13일 EU 확대를 위한 ‘21세기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EU의 동유럽 확대에 대한 평소의 소신을 다시 밝혔다.

그는 “무기가 아닌 공통의 규범과 이상을 기반으로 유럽이 뭉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프로디 위원장은 EU 확대의 속도에 대해서는 “서두르다간 졸속 회원국이 생겨나고 꾸물대다간 후보 국가가 아예 유럽의 주류에서 낙오한다”면서 “통합의 속도와 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EU 확대에 대한 회원국들의 다른 시각을 조화시키는 것도 그의 과제. 그는 “EU가 확대되더라도 유럽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변수인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등 인접국과 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디는 9월17일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전임 EU 집행부가 부패스캔들로 총사퇴한 것을 의식해 “부패를 근절하고 집행위를 효율적이고 현대적인 조직으로 바꿔 유럽 시민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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