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이사회 심사 요지]부부간 강간도 처벌해야

  • 입력 1999년 11월 5일 19시 18분


유엔인권이사회(이하 이사회)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국제인권 B규약)에 관한 우리 정부의 2차보고서(91년1월∼95년12월의 인권상황)에 대한 심사결과(Concluding Observation)를 4일 발표했다.

다음은 심사결과 발표 요지.

▼국가보안법▼

이사회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거듭 심각한 우려를 밝힌다. 한국 정부는 보안법을 분단상태에서 불가피한 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보안법은 인권규약의 여러 규정에 어긋나는 인신구속이나 수사를 위한 특별장치로 쓰이거나 적용 대상자에게 막대한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사회는 한국정부가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한 끝에 국가보안법을 점진적으로 폐지할 것을 재삼 권고한다.

▼국가보안법 7조▼

7조의 ‘반국가단체 고무 찬양’ 조항은 처벌대상 행위가 불합리하게 광범위하다. 7조 위반을 이유로 기소된 사례를 보면 이 조항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인권규약과 부합되지 않는다. 인권규약은 적국(북한)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적국(북한)에 동조적이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준법서약서▼

어떤 재소자가 준법서약서를 써야하는 대상인지, 서약했을 경우 법률적 효력 및 결과에 대해 분명치 않다. 보안법 위반자에게만 차별적으로 준법서약서가 요구되는 점을 우려한다.

일부 수형자에게 석방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준법서약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도청 감청▼

국가기관의 광범한 도청 감청은 인권규약을 준수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심각하게 의심하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는 또한 부정확한 전산통계를 바로잡거나, 잘못된 통계가 악의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

긴급체포된 피의자가 희망하는 경우에만 판사에게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돼 있는 형사소송법은 인권규약과 부합하지 않는다. 규약은 체포된 모든 피의자에 대해 즉시 판사가 체포의 적법성을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일반 형사범에게 30일, 국가보안법 사범에게 50일간 허용되는 재판전 구금일수가 지나치게 길다. 따라서 정부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인권규약이 보장하는 체포된 피의자의 모든 권리를 존중하도록 해야한다.

▼남녀차별 가정폭력▼

호주제도의 유지, 남아선호사상에 바탕한 태아성감별 등의 관행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남녀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와 함께 남녀차별금지 및 규제에 관한 법률을 강력히 시행해 여성고용 및 기회평등에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에 이어 추가조치가 필요하고 부부간 강간도 처벌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기타▼

구금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조사할 독립적인 기구가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 재소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사법부 독립과 관련해 ‘판사재임명제도’가 사법부 독립성 확보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교사의 단결권보장 및 공무원의 직장협의회 구성허용조치를 환영하나 공무원에 대해서도 단결권을 보장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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