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국가를 자랑해온 김대중(金大中)정부에 대한 첫 국제사회의 평가에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라”는 직격탄을 맞은데다 ‘환영’보다는 ‘우려’의 지적을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심사대상이 91년부터 95년까지의 인권상황이라고 주장했지만 심사위원들이 과거보다는 현 정부이후의 인권상황에 더 관심을 가졌으며 그 결과가 권고안에 반영됐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새정부 이후 개선된 상황을 보고서에 상당부분 반영시켰으나 국제사회의 평가는 후한 편이 아니다”며 “현재 상황과 관련한 권고를 면밀히 검토해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봄 이사회에 낸 보고서에서 △준법서약제도 도입 △국가보안법 엄격 적용 △고문 등 수사관행 개선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등 현 정부의 개선상황을 자세히 홍보했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사결과가 평균점 이하로 나온 배경에는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대한변협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반박보고서’가 더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변협과 민변은 8월 정부측 보고서를 반박하는 60페이지 분량의 영문보고서를 제출했다.
또 지난달 17일 각각 김선수(金善洙)변호사와 박찬운(朴燦運)변호사를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 파견해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인권연맹(FIDH) 등과 연계해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막후 ‘로비’활동을 벌였다.
이들은 위원들을 상대로 △국가보안법 개폐문제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논란 △피의자에 대한 제한적 영장실질심사 △지문날인제도 등 주요 인권 현안에 대한 의견을 권고안에 넣어줄 것을 요청했다.
박변호사는 이날 “시민단체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정부는 인권위원회의 견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인권정책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법무부의 한 검사는 “유엔이 정치적 권리이외에 남녀차별과 가정폭력 문제 등 사회 경제적 문제에 관심을 보인 것과 부정적 금지보다는 긍정적 권유의 방식으로 권고문을 작성한 것이 이전과 새로운 점”이라고 해석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