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자동차의 연간 생산능력은 7800만대. 그러나 판매는 4500만대수준. 결국 3300만대 분의 과잉설비 또는 재고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자동차메이커의 생존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21세기 생존조건 가운데 하나가 연산 400만대 생산능력이다. 이른바 ‘400만대 클럽’에는 포드 GM 다임러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 5개그룹이 가입해 있다. 이들 그룹은 생산규모 판매체계 신차개발능력 환경관련기술 등에서 생존가능성이 입증됐다. 최근 도쿄 자동차전시회에 참석한 포드자동차 잭 내서사장은 20년 뒤에 살아남을 6대자동차그룹의 남은 한 자리는 혼다 혹은 BMW가 차지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혼다는 세계 오토바이시장을 석권한 실력과 막강한 지명도를 갖추고 있다. 또 세계 최고급 자동차경주인 F1에서 보여준 혼다제 엔진의 위력은 다른 자동차업계가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다. 혼다의 이런 면모는 도전정신을 중요시하는 미국인에게 매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21세기 생존가능성을 높여준다.
BMW는 무엇보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최고의 강점이다. 이제 소비자는 자동차 선택시 실용성만 따지지 않는다. 패션산업처럼 취향에 따른 선택이 일반화되고 있는 만큼 BMW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는 갈수록 그 가치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내 생산에서 혼다를 능가하고 르노와 손을 잡으면서 ‘400만대 클럽’ 가입조건을 갖춘 닛산은 왜 6대그룹에 꼽히지 못한 것일까.
전기자동차 연료전지 등 21세기 자동차산업의 화두인 ‘환경’ 기준에 맞는 기술면에서 크게 뒤지기 때문이다.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연료전지 개발을 위해 진작 손을 잡았다. 생존을 위한 ‘적과의 동침’이었다. 도요타는 97년말 세계 최초로 5인승 하이브리드카(엔진과 모터가 하나로 결합된 최신형 자동차) ‘프리우스’를 상품화했다. 또 이달중에는 프리우스보다 연비를 대폭 개선하고 가격을 낮춘 2인승 쿠페형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을 계획이다.
60년대 도요타와 일본 업계 1위를 다투었던 닛산은 막대한 연구개발비 때문에 속수무책이다. 그런 까닭에 닛산―르노의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는 것. LPG차량 과세율이나 내수점유율에만 정신이 팔린 한국의 자동차업계 역시 미래는 암담하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