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밀레니엄시대]"규범에 갇혀 닮아간다"

  • 입력 1999년 11월 7일 20시 26분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쌍둥이조차 각각 다른 지문과 이름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만의 독특함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아무리 괴상하고 독특한 행동을 해도 이 세상에는 그것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양쪽 눈썹 가득 작은 눈썹 고리를 매달고 다닌다 해도 그것은 그 사람이 대기업의 간부직 사원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해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어딘가에서 그렇게 눈썹 가득 고리를 매단 사람을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즉, 눈썹 고리를 가득 매다는 괴상한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은 개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다.

▼ 귀족만 즐겼던 별난 취향 ▼

괴상한 행동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것은 수백년 동안 귀족들에게만 허락되던 일이었다. 오로지 귀족들만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수단과 시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세기에 부르주아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1830년경 파리에 모여들었던 ‘젊은 프랑스’라는 이름의 그룹은 괴상한 행동이 예술가들의 특징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시인 제라르 드 네르발도 이 그룹에 속해 있었다. 영어권 사람들에게 그는 시인으로서 보다 파리에서 끈으로 묶은 가재를 데리고 산책을 한 사람으로 더 유명하다. 그의 친구들 역시 사람의 두개골로 포도주를 마시는 등 이상한 행동을 일삼았다.

한편 미국은 개성을 중시하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비트족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먼 거리에서 구경거리삼아 비트족들을 바라볼 때 그들의 긴 머리와 수염, 이상한 옷차림을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비트족이 자신들의 동네로 이사 오면 즉시 쫓아내기에 바빴다.

그런데 비트족의 뒤를 이어 나타난 히피들은 비트족보다 머리를 더 길게 기르고 더 과격한 행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한때 머리를 길게 기른 사람들에 대해 적대감을 보이며 폭력을 행사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스스로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 유니폼이 된 청바지 ▼

반체제 문화를 주장하며 사회의 무법자가 된다는 것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히피들 덕분에 비트족이 처음 입기 시작했던 청바지는 곧 모든 사람들의 유니폼이 되었다.

요즘은 사람들이 개성을 나타낸답시고 차려입은 옷이나 신발 등이 오히려 그 사람이 속한 그룹이나 계층을 알려주는 신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리는 개성의 시대가 아니라 집단의 규범에 대한 순응의 시대를 살고 있는것 같기도 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순응의 대상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로 나뉘어 있다는 점뿐이다.오늘날에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호와 소속감을 제공해주는 반체제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자유를 위해 최신형 자동차와 스테이크 대신 찬물만 나오는 아파트와 싸구려 식사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을 포함해서 모든 것이 판매의 대상인 지금은 자기 자신을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들지 못하는 사람은 굶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을 갈고 다듬어 규범에 적응시킨다. 물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지만, 그것은 표현 밑의 매우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다.

▽필자:록샌트(뉴욕타임스기고가)(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5/different-sant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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