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숴(王朔)가 봤다는 천룡팔부는 5권짜리 책인데 7권짜리를 봤다니 혹시 다른 사람이 쓴 책을 본 게 아니냐.”
홍콩과 중국대륙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인 진융과 왕숴의 공방이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진융은 ‘영웅사조전’‘녹정기’등 무협소설을 쓴 홍콩의 유명작가. 그의 책은 한국에서도 번역돼 큰 인기를 끌었다.
왕숴는 ‘스튜어디스’ ‘동물흉맹’ 등을 쓴 베이징 출신의 소설가.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중국 문단에서는 ‘건달문학’으로 불리는 유파를 창시한 영향력 있는 작가다.
1일 중국청년보에 개재된 왕숴의 글이 파문의 발단이다. 왕은 진을 ‘4재 속물’의 한명이라고 매도했다. 그는 “언젠가 진의 책을 읽다가 도중에 던져버린 적이 있다”며 “남은 인상이란 한마디로 할 수 있는 말도 너절하게 표현하는 등 심심풀이 안마용 소설이라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진융은 5일 상하이의 문회보에 반박문을 게재하고 반격에 나섰다. 그는 우선 베이징대의 옌자이옌(嚴家炎)교수가 ‘진융소설연구’라는 강좌를 개설했고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진융소설과 21세기 중국문학’이라는 국제회의를 갖기도 했다며 자신의 대한 세간의 평가를 내세워 왕의 비난이 근거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언론은 두 작가의 공방전을 ‘진파(金派)과 왕파(王派)의 화산논검(華山論劍)’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홍콩으로 대표되는 중국 남방문학과 베이징으로 대표되는 대륙문학의 충돌로 불리는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