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부부 '수정란'소유권은?…美여성 사용금지 소송

  • 입력 1999년 11월 8일 20시 16분


수정란은 누구의 것일까.

이혼한 부인을 상대로 남편이 제기한 ‘수정란 사용 금지 소송’이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AP 등 외신이 7일 전했다.

‘Z’란 익명으로 불리는 이 부부는 17년간 아이가 없어 고민하다 91년 인공수정란을 이용해 쌍둥이를 얻었다. 4개의 수정란은 냉동보관됐다. 이혼 후 여성(44)이 냉동보관된 수정란을 이용해 또다시 아이를 출산하려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남편은 “이미 이혼한 상태에서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고, 향후 양육비 등을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 가정법원에 수정란 사용 금지 소송을 낸 것.

더 늙기 전에 아이를 출산하고 싶어하는 이 여성은 “냉동보관 수정란에 대한 권리는 내가 갖기로 남편과 사전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정법원은 “이혼 등으로 상황이 달라진 만큼 사전합의의 효력은 없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남편이 제기한 ‘아버지가 되기 않을 권리’를 인정했다.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임신과 낙태의 경우 대개 남성보다 여성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수정과 임신이 여성의 몸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 그러나 인공수정처럼 여성의 몸 밖에서 수정된 경우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주장이 많다. 96년 뉴욕주 대법원과 98년 테네시주 대법원은 수정란의 ‘사용권’과 관련해 여성의 ‘임신권’보다 남성의 ‘아버지가 되지 않을 권리’를 우선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소송사건의 경우 수정란 사용에 대해 사전계약을 했었다는 점에서 최종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카고―켄트대의 로리 앤드루스교수(법학)는 “수정란은 이혼, 별거 등 다양한 사유 때문에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소송사건은 수정란의 사용에 대한 사전계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등 미국의 일부 주는 수정란을 만들 경우 부부가 사용귄리에 관해 합의서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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