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여야는 95년 정치자금법을 고치면서 ‘정치인 개인에 대한 기업 및 단체의 헌금을 2000년1월부터 금지하는 조치를 강구한다’는 부칙을 두었다. 기업이나 각종 이익단체의 헌금이 ‘정경유착’의 근원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
그러나 최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 등 자민당 고위간부들은 부칙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여론이 악화됐다.
야당인 민주당 공산당은 물론 자민당과 연립한 공명당도 ‘약속위반’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자민당이 굴복했다. 오부치총리는 부칙대로 법을 고치겠다고 8일 밝혔다. 공명당과의 연립으로 인기가 떨어진 데다 내년 4월 노인보험 실시에 따르는 부담증가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진 것 등도 자민당에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아직도 정경유착을 낳을 만한 ‘구멍’이 많아 효과는 의문이다. 기업이나 단체가 정당 및 정당의 지부, 정당이 지정한 정치자금단체에는 헌금할 수 있는 길이 넓게 열려 있기 때문. 현재 기업이나 단체가 정치가 개인에게 줄 수 있는 돈은 연간 50만엔 이내지만 정당 및 정당지부에는 연간 1억엔까지 줄 수 있다.
특히 정당은 제한없이 지부를 둘 수 있기 때문에 헌금제한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자민당 지부는 96년 5136개에서 지난해 참의원선거 때는 5800개를 넘어섰다.
이번 조치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첫발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