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폐차되더라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부품 비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치열하다.
일본과 독일 스웨덴 등 유럽국가들이 폐차 재활용률이 낮은 차량에 대해 2002년부터 판매를 규제하는 내용을 법제화하고 있기 때문.
폐차 재활용률 기준에 맞추지 못할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국내 자동차업계도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 일본의 재활용률 규제〓폐차 처리과정에서 생기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아예 자동차를 만들 때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법규를 속속 마련중이다.
독일과 스웨덴 일본정부는 이미 2002년부터 폐차 재활용률(무게 기준)이 85% 미만인 차량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판매를 규제하고 2015년부터는 기준을 95%선으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법률을 확정했다. 유럽연합(EU) 소속 서유럽 국가들도 2005년부터 재활용률 85% 미만 차량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 계획.
▽업계의 재활용률 ‘비상’〓이같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동차업계는 재활용률 85% 맞추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8일 그동안 매립방식으로 폐기해온 발포우레탄과 섬유류를 방음재로, 수지류를 소각로의 연료로 이용함으로써 재활용률을 87%로 끌어올렸다고 발표했다. 85% 목표를 초과한 업체는 도요타가 세계 처음.
유럽 자동차업계도 내년중 재활용률 85% 달성을 목표로 연구중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아반떼 EF쏘나타 등의 재활용률을 높여 81%선에 이르렀지만 아직 80% 안팎에 머무는 실정.
업계관계자는 “손으로 일일이 부품을 떼어내 재활용 가능한 상태로 만들 경우 재활용률을 86%까지 높일 수 있지만 대당 15만∼20만원의 비용을 추가부담해야 한다”며 “재활용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 실정〓우리나라는 아직 폐차 재활용에 대한 법적 기준조차 없을 정도로 인식이 낮은 실정. 그러나 연간 폐차대수가 지난해 46만대에서 올해 68만대, 2005년 92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향후 폐차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질 전망이다.
국내 폐차장들은 철과 비철금속 등 분리가 손쉬운 부분만 떼어내고 나머지는 압축기로 눌러 야적하거나 한꺼번에 분쇄한 후 매립하는 경우가 많아 토양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폐부품이 정품으로 둔갑하는 등 음성적인 거래만 이뤄지고 있을 뿐 재활용 폐부품 시장이 거의 형성되지 않았다”며 “폐부품 품질인증기관 등을 만들어 사용 가능한 폐부품을 재활용하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