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붕괴 10돌 행사]감격의 물결 10만 환호

  • 입력 1999년 11월 10일 01시 08분


베를린 장벽 붕괴 10주년을 맞은 9일 오후 장벽이 있었던 독일 베를린시내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에는 10만여명의 시민이 모여들어 얼싸안고 ‘그날의 감격’을 되새겼다.

특히 브란덴부르크 기념행사에는 장벽 붕괴 직후 기념연주를 했던 구 소련 아제르바이잔공화국 출신의 세계적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바흐 모음곡을 연주했으며 록그룹 스콜피온스는 ‘변화의 바람’이란 히트곡을 불러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장벽대신 전등 찬란▼

‘찰리 검문소’ 등 분단시절 아픈 기억을 담고 있는 베를린 시내 곳곳에서는 이날 축제와 다양한 공연이 밤새도록 이어졌다.

특히 이날 기념 축제는 찰리 검문소와 훔볼트 하펜에서 브란덴부르크문까지 이어지는 4㎞ 구간, 과거 분단의 장벽이 있던 곳을 따라 설치된 전등이 일제히 점등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일부 시민들은 감격에 겨워 10년전 그날처럼 낯선 사람과 얼싸안고 춤을 추기도 했다.

○…이에 앞서 베를린 분데스타크(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공식 기념식에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 헬무트 콜 전 독일총리 순으로 10년전 역사적 사건을 회고하는 연설을 했다.

연사들은 10∼15분씩 연설을 하는 도중 서로 상대방을 치켜올리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이날 연사 가운데 고르바초프 전대통령은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아 통일 주역 중의 주역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

▼부시에 명예시민증▼

○…독일 정부는 8일 통일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고르바초프에게 독일 최고훈장인 특별대십자훈장을, 부시에게는 베를린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고르바초프는 오래 전에 베를린 명예시민증을 받은 적이 있어 이들 독일 통일에 기여한 지도자 3명의 모임은 ‘베를린 명예시민의 모임’이기도 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이날 고르바초프는 당시 동독을 유지하기 위해 물리력을 쓸 수도 있었으며 부시 또한 장벽붕괴를 반대할 수 있었다며 이들이 독일통일에 적극 협력했던 것은 콜 전 총리와의 깊은 우정 때문이었다고 분석.

▼클린턴 "美개입 바람직"▼

○…유태인들은 이날 장벽이 있던 자리 근처에서 1938년 11월9일 나치가 유태인 상점과 교회에 난입해 90여명을 살해한 이른바 ‘깨진 유리의 날’을 추모하는 모임을 갖기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8일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행한 베를린 장벽붕괴 10주년 축하연설에서 “대다수 미국인은 미국이 국제문제에 방관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과거 50년 동안 발휘해 온 리더십을 계속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개입은 동유럽 민주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