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아체州 독립투표?]와히드대통령 수용 시사

  • 입력 1999년 11월 10일 19시 58분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도 동티모르에서 처럼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될 것인가.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대통령은 아체주에서 연이어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해외순방 일정을 단축하고 9일 밤 급히 귀국했다.

자카르타포스트 인터넷판은 와히드대통령이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아체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10일 전했다.

와히드대통령이 아체주의 미래와 관련해 주민투표안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이달 들어서만 세번째다.

그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아체를 방문해 지도자를 만나겠다고 말했다.

▼주민투표 여부▼

주민 430만명중 100만명 이상이 참여한 사상최대의 시위가 7일 벌어졌다. 9일에도 75만명이 주민투표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와히드대통령은 거듭 주민투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와히드는 “주민투표를 실시해도 인도네시아 연방에 잔류하는 쪽을 택하는 주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체가 인도네시아에 남을 경우 △법률제정권 등 폭넓은 자치 △아체주 천연자원 수익의 75% 보장 등을 약속했다.

그는 또 군부의 동향과 관련해 “위란토 전(前)군총사령관도 내 의견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부는 주민투표를 반기지 않는다. 군대변인 수드라자트소장은 9일 “정부가 아체에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면 인도네시아인들은 커다란 상실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암본과 이리안 자야 등 분리 독립을 추진해온 다른 지역 주민을 자극해 인도네시아 연방이 해체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네덜란드령으로 있다 45년 인도네시아에 편입된 암본과 63년 인도네시아에 편입된 이리안 자야는 주민 대부분이 기독교도여서 이슬람교도와 종교적인 갈등이 심하다. 또 외부세력의 자원 수탈에 대한 주민의 불만이 매우 높다.

▼아체주는 어떤 곳▼

17세기 이후 네덜란드 지배를 받아오다 45년 인도네시아령으로 편입됐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다. 현행 법은 석유수익의 15%, 천연가스 수익의 30%만 아체주에 배정하고 나머지는 중앙정부가 차지한다. 80년대 들어 독립움직임이 거세졌으나 수하르토정권은 강경진압했다.

미국 CNN은 그간 민간인 2768명이 숨지고 3986명이 실종됐으며 10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다인종, 다종교국가를 지향한다. 하지만 아체주민들은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국가를 건설하려 한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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