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측은 이같은 외형적 성장을 근거로 “이제는 한국에 완전히 정착했다”고 자평한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금융의 영역을 점차 확대하는 등 ‘부유층의 은행’에서 ‘서민의 은행’으로 이미지를 변신해가고 있다는 점도 씨티은행이 ‘정착 성공’을 자신하는 배경.
▼86년 소비자금융 시작▼
67년 한국에 진출한 씨티은행은 86년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개인 고객들을 상대하는 소비자 금융을 시작했다. 씨티은행은 올들어 특히 ‘서민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크게 기울였다.
주택담보대출 고객에게 추가 담보나 심사절차 없이 30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는 대출 추가카드를 제공했고, 대출심사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추첨을 통해 이자를 연 1∼5%까지 깎아주는 ‘대출 세일’을 실시했으며 최근에는 15만원 상당의 고급 청자그릇세트를 주는 사은행사도 펼쳤다.
씨티은행 정회승지배인은 “단순히 상품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일반 고객의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한다. 고객의 요청에서 서비스 제공까지 거치는 수십개 단계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통합 가능한 부분을 통합하는 등 의사결정 과정을 단축한 것이 대표적인 예.
▼철저한 예금자 보호 눈길▼
‘철저히 고객의 편에 선다’는 씨티은행의 경영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화 한 가지. 96년말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의 일이다. 당시 씨티은행은 비자금 중 일부가 씨티은행 지점에 흘러갔다는 소문이 퍼져 해명 요구를 받았지만 ‘예금자 보호’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확인을 거부해 눈길을 끌었다.
▼고위직 현지인…한국화 성공▼
씨티은행의 세계 경영 전략 가운데 하나인 ‘토착화’ 전략도 성공적인 정착의 밑거름이었다. 정지배인은 “토착화 전략의 일환으로 진출국 고위 간부에 현지인을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각종 기금을 통해 빈곤층을 지원하는 등 사회 봉사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도 토착화 전략의 하나.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펼쳐진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10만달러의 기금을 기탁하고 직원들에게는 자원봉사를 독려해 주목을 받았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