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聯 라자레이, 마하티르총리가 점찍은 '준비된 총리'

  • 입력 1999년 11월 11일 19시 51분


마하티르 모하마드총리(74)가 19년간 집권해온 말레이시아 정국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11일 의회가 해산됐으며 이달중 총선이 실시된다. 총 192석 중 162석을 확보하고 있는 집권여당 연합세력이 3분의 2이상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 대한 관심은 마하티르 퇴진 가능성보다 후계자의 부상 가능성이라고 AP 등 외신은 분석했다.

홍콩의 시사주간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최신호는 후계자 감으로 재무장관출신의 라자레이 함자(62)를 꼽고 있다.

풍부한 정치경험, 당내의 폭넓은 지지, 실무를 겸비한 경제통, 마히티르의 두터운 신임 등의 이점을 갖추고 있어 현직 부총리인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를 제치고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요즘 그는 언론매체와의 접촉을 피한 채 고향인 북동부 켈란탄주에 일주일중 닷새 가량 머물며 유권자 관리를 하고 있다. 이곳은 90년이후 야당 ‘말레이 이슬람당’이 줄곧 우세를 보여온 유일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그가 집권여당의 승리를 이끌어 낼 경우 내년말 당대회에서 마하티르의 공식 후계자로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집권 연립여당내 최대 정당인 말레이민족연합(UNMO) 간부들은 말했다. 라자레이도 이곳이 바로 정치 운명이 걸린 승부처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UNMO 당내 인사로는 드물게 지난해 이브라힘 안와르 부총리를 축출하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 대의원 1900명 중 25∼35%를 차지하는 안와르파는 그를 지지한다. 전투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마하티르의 정치스타일과는 달리 라자레이는 대화와 논의를 존중한다. 그런 까닭에 안와르 축출로 분열된 당을 수습하는 데 그가 적임자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켈란탄주 왕가의 후손인 그는 주도인 코타바루의 땅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거부다. 70년대 주 소유 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의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개인재산이 넉넉한데 무슨 월급이냐”며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아 화제를 모았다.

라자레이는 △UNMO당 부총재(75∼81년)△재무장관(76∼84년) △통산장관(84∼87년) 등을 지냈다. 87년 마하티르에 맞서 당총재직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후 탈당한 뒤 이후 9년간 반마하티르 진영에 서기도 했다. 96년 당에 복귀해 당직을 맡지 않고 백의종군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실세다. 안와르부총리를 해임한 마하티르가 그를 불러 후임 부총리 인선을 논의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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