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2시 도쿄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념식이 정부공식행사인 반면 국민제전은 ‘천황즉위 10년 봉축위원회’라는 민간단체가 주관한 일본국민의 행사였다.
국민제전 참석자 중 2000여명은 각계 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이나 천황과 만난 적이 있는 사람 중에서 위원회가 초청했다. 나머지는 전국 각지의 응모자 가운데 선발된 사람들이었다. 행사는 오후 5시40분에 시작됐으나 오후 3시부터 참석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50대 안팎의 중년층이 가장 많았으나 20대 청년과 고교생도 적지 않았다. 가끔 비가 내리는데다 행사가 계속되는 4시간동안 꼬박 서있어야 했으나 도중에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다.
오후 6시35분경 천황부처가 입장했다. 참석자들은 주최측이 나눠준 히노마루(일장기)와 등불을 흔들며 열렬히 환영했다. 단상의 참석자들을 위해 놓였던 의자는 천황이 입장하기 전 모두 치워졌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의 축사에 이어 즉위 10년 축하곡이 연주됐다.
천황은 “날씨도 안좋은데 이렇게 축하해주러 오신데 대해 감사한다”며 “앞으로 일본과 세계가 평화와 안정속에 더욱더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인사했다. 행사는 ‘천황폐하를 위한 만세3창’으로 끝났다.
이날 일본기독교단은 천황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또 파병저지실행위원회 등은 “국민제전은 천황찬미를 강제하려는 것”이라며 ‘기념식을 분쇄하자’는 유인물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제전의 분위기는 일본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그리고 강하게 천황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