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서 올 해적행위 96건 발생…작년보다 4배늘어

  • 입력 1999년 11월 17일 19시 17분


말라카 해협 등 동남아 바다가 ‘해적의 천국’이 됐다. 이 곳을 자주 지나는 한국 일본 선박회사들의 두통거리다.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86개 일본 선박회사 관계자 160여명이 참석한 ‘해적행위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을 정도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해사국(IMB)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까지 세계에서 180건의 해적행위나 해적미수행위가 일어났다. 그 중 동남아 해역에서 일어난 것이 53.3%(96건)나 됐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143건 중 동남아가 37.1%(53건)였다. 일본 선박회사 3곳 중 한 곳이 최근 5년간 1회 이상 동남아 해역에서 해적의 습격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7000t, 가격으로 7억엔(약 77억원)의 알루미늄 덩어리를 실은 일본 화물선 ‘알론드라 레인보’가 말라카 해협에서 해적에게 선박을 빼앗겼다. 그러나 특히 동남아에서 해적이 창궐하는 데는 97년 아시아 통화위기에 따른 경제난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IMB는 92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지역해적센터’를 세우고 유엔산하 국제해사기구(IMO)와 공조하며 해적과 싸워왔다. IMB는 선박에 위성추적장치를 설치토록 하고 선장들과 ‘해적 핫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해적은 줄지 않는다. 해적에 의한 피해는 세계에서 연간 10억달러로 추정된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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