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는 18일 “기술발전으로 인터넷 접근을 가로막던 계층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부랑자 숙소에 기거하는 사람들(Homeless)의 인터넷 사용실태를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시 중앙도서관에 가면 30여명의 부랑자들이 인터넷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랜디 래머(35)도 그중 한명. 몇년전까지 영업사원 이었지만 음주와 도박때문에 패가망신, 거리로 나섰다. 요즘 그는 http://unclerandy.pyar.com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웹사이트에서 수집한 뉴스와 화제를 전하는 1인 온라인 신문인 이 사이트는 2700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그는 “내가 집도 없이 떠도는부랑인이라는걸 회원들이 알 턱이 없다”며 흐뭇해했다.
온라인 채팅이 부랑인들에게 주는 즐거움은 대단하다. 신분을 밝힐 필요도 없고 사흘동안 세수를 안해도 싫어할 사람이 없는 익명의 공간에서는 기가 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www.bicycle―tools.com이라는 웹사이트는 자전거부품과 공구를 판매하는 전문 웹사이트 같은 인상을 풍긴다. 사실은 부랑자 머리시오텔러즈(32)가 망한 자전거 가게에서 주워온 부품과 공구를 팔기 위해 개설한 사이트. 그래도 쇼핑목록과 크레디트카드 지불방법 등이 제대로 구비돼 그럴듯하다.
찾기 어려운 비디오를 대신 구해주는 웹사이트를 운영, 돈을 벌어 부랑인신세를 면한 사람도 있다.
이처럼 부랑자들까지 ‘정보화’가 된 요인은 무엇일까. 미국에서는 90년대 들어 많은 부랑자 구호시설들이 컴퓨터센터를 설치, 인터넷을 가르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공공도서관은 인터넷 이용을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의 75%가 부랑자일 때도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