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안 제출을 주도했던 유럽연합(EU)이 유엔 3위원회에서의 표대결을 하루 앞둔 18일 돌연 결의안을 철회했기 때문.
승리를 장담하며 기세등등했던 EU의 결의안 철회는 70여개 아시아 중동 국가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세결집을 시도한데 따른 것. 그러나 사형제도를 남용하는 ‘전체주의’ 국가와 합리적 제도로 정착시킨 국가들을 분리하지 않은 채 사형제도폐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EU의 전술적 실패가 결의안 철회의 배경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초 EU가 결의안을 제출한 취지는 통치수단으로서의 사형제도 남용 행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있었다. 그러나 EU는 결의안 제출 때부터 ‘사형제도폐지’라는 근원적인 목표를 앞세움으로써 사형제도 남용에는 반대하지만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중립적 국가들의 입지를 없애버리는 ‘우(愚)’를 범했다. 이 때문에 한국 등 중립적인 국가들이 사형제도폐지 반대 쪽으로 기울면서 EU가 당초 타깃으로 삼았던 중국 싱가포르 중동국가들의 입지를 넓혀주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것.또 인권문제에 관해 지금까지 다른 목소리를 냈던 아시아와 중동이 결합하는 계기까지 만들어주는 결과도 초래했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사형제도 남용이라는 인권문제를 EU가 서구적 보편성 대 비서구적 특수성의 대결로 몰고감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권운동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