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紙 '세기의 편지' 소개…"美20세기 역사 편지로 읽는다"

  • 입력 1999년 11월 22일 23시 58분


《“역사가 아직 일상생활의 한 부분일 때 편지는 역사가 내는 소리와 같다.”

리사 그룬월드와 스티븐 애들러는 최근 공동출간한 ‘세기의 편지들(Letters of the Century)’ 서문에 그렇게 썼다.

676쪽 이 책은 1900년부터 1999년까지 100년 동안 미국역사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편지를 모은 것.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1일자 2개면에 이를 소개했다. 다음은 그 요지.》

▼외로울때 그대 생각 절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상처한 뒤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42세의 에디스 갈트 여사에게 보낸 편지(1915년 8월26일)〓워싱턴 정가의 가십이나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큰 비중을 두지 못한 점을 용서해 주기 바란다. 우리는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물증을 제공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소문들을 무시해버릴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의 행복은 젊은 연인들의 평범한 문제와는 다르다. 외로움이 장막처럼 엄습해올 때 나는 당신을 진정으로 내 옆에 둘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에 불과했다.

▼강력한 核폭탄 개발가능▼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한 서한(39년 8월2일)〓핵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실험이 성공함으로써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형태의 매우 강력한 핵폭탄이 개발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폭탄 한 개만으로도 항구와 인근 지역을 초토화시킬 것이다.

▼大選 포기하면 조국에 잘못▼

▽린든 존슨 대통령(사진)의 부인 버드여사가 대통령후보로 나서기를 머뭇거리는 남편에게 보낸 편지(64년 8월25일·존슨은 편지를 보고 마음을 고쳐 먹은 것으로 보인다)〓당신은 해리 트루먼이나 프랭클린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만큼이나 용감한 남자다. 당신은 내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고 인내심을 가졌으며 결단력을 보여 왔다. 당신이 지금 물러난다면 조국에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며 당신의 앞날에는 황무지밖에 없을 것이다.

▼사기꾼이며 흑인에게 큰짐▼

▽윌리엄 설리번 FBI 국장보가 익명으로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보낸 편지(64년 11월20일)〓당신의 천한 계급을 생각해 미스터나 목사, 박사 따위의 호칭은 붙이지 않겠다. 당신은 완전한 사기꾼이며 우리 흑인 모두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백인들에게도 나름대로 협잡꾼이 많지만 당신과 맞설 협잡꾼은 없다고 확신한다. 다른 모든 사기꾼들과 마찬가지로 당신도 끝장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징집 면하게해줘 감사▼

▽빌 클린턴 대통령이 영국 옥스퍼드대에 유학하던 시절 아칸소법대 대학원 학군장교(ROTC)단장 유진 홈스 대령에게 보낸 편지(69년 12월3일·클린턴은 이 편지를 근거로 입대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편지는 그가 아칸소법대 대학원 ROTC에 지원해 입영을 연기받은 후 징병 대상자 추첨에서 입대 면제가 거의 확실해진 이틀 후에 보낸 것. 따라서 편지의 의도를 놓고 논란을 빚었다)〓징병을 면하게 해주어 감사드린다. 그러나 대령님은 제가 ROTC보다는 징집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우리의 합의에 따라 대령님이 징집 연기서를 징집위원회에 보낸 후 고통과 함께 자존심과 자신감의 상실이 엄습해 왔다. 밤을 꼬박 새운 끝에 ROTC를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하루 속히 징집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징집위원장 앞으로 썼다.

▼글래머 여성 피해 앉아야▼

▽리처드 닉슨 대통령(사진) 시절의 백악관 비서실장 H R 홀더먼이 부하 알렉산더 버터필드에게 보낸 메모(71년 2월9일)〓대통령은 공식 만찬 때마다 헨리(키신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가 글래머 여성 옆에만 앉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키신저 국무장관에게 보낸 편지(74년 8월 9일)〓본인은 이로써 미국 대통령직에서 사임한다.

▼WP紙 기자들 책임 완수▼

▽워싱턴포스트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 여사가 워터게이트 스캔들 보도에 관한 압력을 받자 닉슨대통령의 보좌관 존 얼리크먼에게 보낸 편지(72년 11월3일)〓지난 몇주 동안 워싱턴포스트의 기사에 관한 음해 중에서도 밥 돌 상원의원의 주장은 내 심기를 가장 불편하게 했다. 몇몇 중요한 문제에 관해 단지 내가 대통령의 비위를 거스릴려고 한다고만 해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실리는 것은 내 개인적인 감정들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나는 지난 몇달 동안 우리 신문의 활약에 진정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편집자와 기자들이 의무와 책임을 매우 훌륭하게 완수했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소리 선물로 보내▼

▽지미 카터 대통령이 우주탐사선 보이저를 통해 우주로 쏘아 보낸 편지(77년 6월16일·동물 소리, 어머니의 웃음소리, 55개국어 인사말 녹음테이프도 동봉됐다)〓이 편지는 수십억년이 지나 지구의 문명과 모습이 변한 후에 전달될 지도 모른다. 은하계 2000억개의 별 가운데 많은 별에 생물이 서식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우주에 어떤 문명이 있어 이 편지를 받는다면 (중략) 지구의 소리 등을 선물로 보낸다.

▼틀릴 확률 7조8천억분의 1▼

▽FBI 수사관이 모니카 르윈스키(사진)의 옷에 묻은 정액과 클린턴대통령의 혈액 유전자 검사결과를 FBI에 보내며(98년 8월17일)〓틀릴 확률이 7조8700억분의 1.

〈정리〓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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