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하고 빼어난 통찰력으로 혁명과 정치를 들여다 보는 미국의 사회정치학자이자 웬트워스공대 교수인 조지 카치아피카스(50). 프랑스 68혁명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그가 도서출판 이후의 초청으로 최근 한국을 찾았다.
카치아피카스는 정치변혁이나 혁명을 정치적 시각이 아닌 일상과 문화의 시각으로 이해한다. 그 출발점은 에로스와 상상력.
그는 독일의 사회철학자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의 에로스 개념을 빌린다. 그는 마르쿠제의 제자이기도 하다. 마르쿠제의 에로스는 ‘해방을 향한 본능적 욕구, 혹은 그것에 대한 자각’. 성적인 본능을 뛰어넘는 삶의 총체적 본능이다.
카치아피카스에게 있어 혁명은 정치적인 것만이 아니다. 대중들의 끊임없는 ‘웅성거림’과 내면에서 솟구치는 에로스…. 이것이 일상, 상상력, 예술과 만남으로써 혁명은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고 본다.
“혁명을 너무 정치적 합리적 이성적으로만 보아왔습니다. 이성 중심의 이분법적 사고였죠. 그러나 일상은 그렇게 이분법적이 아닙니다. 혁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혁명과 정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68혁명을 분석한 것이 그의 명저 ‘신좌파의 상상력’.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그는 지나간 혁명을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에로스와 상상력으로 지금의 틀에 박힌 정치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의 획일성에 갇혀 있습니다. 에로스와 상상력에 대한 억압입니다. 이 식민지같은 현실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은 일상의 변화, 문화혁명에 의해 가능합니다. 아주 작다고 해도 가족문화의 변화, 소규모 공동체정신의 회복 등….”
이것이 그가 말하는 ‘일상의 탈식민화’이기도 하다. 그의 신정치학 신사회운동도 자유 평등 다양성을 추구한다. 그 바탕 역시 판에 박힌 이론이 아니라 에로스와 상상력. 에로스의 억압, 상상력의 결핍에 시달리는 것으로도 분석되는 우리 현실에서 그의 방법론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카치아피카스는 25일 오후3시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앞 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에서 ‘에로스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26일 오후3시엔 서울 용산구 남영동 사회진보연대 사무실에서 노동운동가 시민운동가들과 토론회를 갖고 27일 광주를 방문한다. 12월 1일 출국.
학생운동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상황은 변해도 학생의 몫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론에 얽매이지 말고 진지하게 일상을 체험하면서 운동의 과제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