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核실험금지조약' 비준 추진…성사여부 불투명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8시 51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22일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의 비준을 위해 외무 국방 원자력부장관 등 3명을 국가두마(하원)에 대한 대통령 전권대표로 임명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옐친 대통령은 이날 겐나디 셀레즈뇨프 하원의장에게 보낸 CTBT 비준 요청 서한에서 “러시아는 이 조약을 핵무기 비확산과 핵무기 개발 저지를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며 “조약은 러시아의 국방 및 안보에 전혀 해를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상원이 지난달 13일 CTBT 조약비준을 거부한 반면 옐친이 CTBT 비준을 추진하고 나서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CTBT 비준 거부는 러시아 등의 비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옐친대통령이 더 이상 미국과의 핵무기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CTBT 비준을 추진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만약 러시아가 미국에 앞서 CTBT를 비준하면 대외적으로 핵무기 비확산을 주도한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옐친은 하원에 보낸 서한에서 “만일 CTBT로 인해 러시아의 국가이익이 위협받으면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며 조약비준이 러시아에 손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 하원의 다수당인 공산당이 CTBT 비준을 반대하고 있어 실제로 비준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다음달 19일 총선을 앞두고 러시아국민 사이에 핵무기 보유에 대한 지지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CTBT 비준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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