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개인정보 유출 어떻게 볼것인가?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9시 57분


의류와 야외용품 판매 회사인 L.L. 빈에 전화를 해서 자신의 이름과 주소 등을 전혀 밝히지 않고 주문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주문을 한 고객이 전에 L.L. 빈에서 쇼핑을 한 적이 있고 집에 있는 전화를 이용해서 주문을 한 것이라면 주문을 받은 직원은 고객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신용카드 번호까지 알아내서 확인을 위해 고객에게 다시 불러줄 것이다.

▼ 고객신상 낱낱이 파악 ▼

L.L. 빈은 전화를 한 고객의 신분을 알아낼 수 있는 이 기술을 이미 몇년 전부터 사용해왔다. 그러나 고객들을 상대로 이 기술을 공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L.L. 빈의 리치 도널드슨 대변인은 이제는 이 기술로 인해 겁을 집어먹는 고객들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이처럼 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L.L. 빈이 이제 고객들의 신뢰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고객들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기꺼이 L.L. 빈과 나누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한 고객은 전화로 주문을 받은 직원이 자신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에 감격한 나머지 그 직원이 자신의 목소리만 듣고 자기가 누군지 알아낸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L.L.빈은 최근 고객의 이름과 주소를 다른 회사들과 교환하기 시작했다. 이름과 주소 외의 다른 정보는 교환대상에서 빠져 있다. 그렇다면 반드시 비밀이 지켜져야 하는 개인 정보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 인터넷 쇼핑 자제하기도 ▼

인터넷상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웹사이트 정크버스터스를 운영하고 있는 제이슨 캐롤리트는 모든 개인정보가 반드시 비밀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기업들의 마케팅 데이터베이스에서 가능한 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인터넷 쇼핑이나 카탈로그를 통한 쇼핑을 자제하고 있으며, 쇼핑을 할 때마다 주소를 조금씩 다르게 기재하곤 한다.

그는 또한 신용카드와 슈퍼마켓의 할인카드 이용도 자제하고 있다. 할인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주소와 전화번호를 밝혀야 할 뿐만 아니라 그가 할인카드를 이용할 때마다 그의 소비패턴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한편 캐롤리트와는 정반대로 자신의 개인정보가 누구에게 유출되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개인정보 보호의 시대가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 자기정보 이용과정 알아야 ▼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 두 극단의 중간쯤 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정보를 알려주고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 그리고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을 때 기꺼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알려준다. 슈퍼마켓의 할인카드를 즐겁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자신의 병원 의료 기록이 유출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이며, 사람들 몰래 비밀리에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극력 반대하고 있다.

컬럼비아대의 명예교수인 앨런 웨스틴은 67년 사생활을 누릴 권리란 개인이 자신에 대한 정보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많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할지 결정할 권리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웨스틴 박사의 정의가 나온 이후 기술의 발달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자동적인 개인정보의 수집을 가능하게 했다.

캘리포니아대 법학과의 제리 강 교수는 “사람들은 개인 정보를 알려주어야 하는 쇼핑을 하기 전에 자신의 개인 정보가 어떻게 이용될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tech/99/11/circults/articles/11priv.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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