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호황을 누려온 미국은 요즘들어 물가상승에 따른 인플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 터에 고(高)유가가 겹치면 인플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 투자은행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경제분석가 로버트 디 클레멘트는 “최근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에너지 의존도가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임금이나 물가에 대한 유가의 영향은 크다”며 “유가상승이 계속되면 인플레 가능성에 본격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채권시장에서는 유가인상에 따른 인플레 우려로 금리인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2일 30년 만기 미국 재무부채권 수익률은 19일(6.16%)보다 0.05%포인트 오른 6.21%를 기록했다. 12일(6.02%)보다는 0.19%포인트나 올랐다.
올들어 경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일본과 유럽도 유가상승의 타격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 그동안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아 디플레를 걱정했던 일본과 유럽은 유가상승이 디플레를 해소해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라크 석유수출 중단 이후 그런 판단은 자취를 감췄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지원체제에서 겨우 벗어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피해는 더욱 클 것 같다. 아시아국가들은 세계 원유수입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유가변동에 그만큼 민감하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