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주자 인신공격 자제…"호황때 상대 헐뜯으면 역효과"

  • 입력 1999년 11월 25일 19시 01분


“왜들 이렇게 갑자기 점잖아졌지?”

24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달아오르는 대통령선거전(선거는 내년 11월)의 특징적 양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공화당의 최유력 예비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경쟁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진정한 전쟁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부시는 특히 “매케인의 얘기는 뭐든지 믿을 수 있으며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말(언어)로 먹고사는 정치인에게 주는 최고의 찬사다.

매케인도 응수했다. 매케인은 “부시는 정말 좋은 사람이며 인격적으로도 신뢰할 만하다”면서 “그는 주지사직을 훌륭히 수행해왔다”고 치하했다.

최근 미국의 대통령선거전에서는 상대후보의 뒤를 캐고 인신공격과 중상모략을 퍼붓는 부정적 선거운동(네거티브 캠페인)이 판쳐왔다. 88년 대선에서 선두를 달리던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후보가 공화당의 세찬 인신공격을 ‘인심 좋게’ 방치하다가 낙선한 것이 그런 경향을 더욱 부채질했다.

92년 클린턴 민주당후보 진영의 ‘신속대응군(rapid response team)’은 부정적 선거운동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클린턴에 대한 상대후보측의 비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대후보를 역공하는 보도자료가 기자들에게 배포됐을 정도로 이 팀의 대응은 신속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앨 고어 부통령(민주당)을 제외한 주요 예비후보들이 인신공격을 삼가고 자신의 이미지와 정책 홍보에 치중하는 ‘긍정적 선거운동(포지티브 캠페인)’을 채택하고 있다. 부정적 선거운동은 유권자들이 넌더리를 내는데다 초장기 호황이라는 ‘태평성대’에는 역효과를 빚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후보를 칭찬함으로써 자신의 교양과 인품을 돋보이게 하는 ‘미인선발대회’ 같은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비유했다.

고어만 예외인 것은 당내 경쟁자인 빌 브래들리 전상원의원이 권력다툼에만 몰두하는 기존 정치인과 달리 도덕적 이미지로 차별성을 부각시키면서 무섭게 뒤쫓아오기 때문. 이에 맞서려면 브래들리도 기성 정치인과 별로 다를 바 없는데 혼자서 군자연(君子然)하는 위선자라고 몰아세워야 한다는 것이 고어진영의 판단이다.

심지어 고어진영은 브래들리의 선거참모가 과거 담배회사들을 고객으로 하는 컨설턴트 회사를 운영했다고 폭로했다.

브래들리 진영은 고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고어의 최대약점인 96년 불법선거자금 모금의혹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받고도 브래들리는 “당시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불명예스러운 일을 했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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