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프랭크 리치가 최근 한 강연에서 미국 미디어의 ‘뉴스 선정 경쟁’을 질타했다고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에서 발행되는 ‘데일리 노스웨스턴’지가 소개했다.
리치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인 ‘모니카 게이트’와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 사망 등의 보도에서 “할리우드적 오락 가치가 뉴스를 지배하고 있다”며 “이제 뉴스는 오락과 동의어”라고 꼬집었다. 그는 TV와 신문을 구분하지 않았으나 비판의 초점은 TV의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뉴스의 몰락’에 맞추었다.
다음은 그의 강연 요약.
미디어는 뉴스의 가면을 쓰고 사실을 오락으로 둔갑시킨다. 이런 태도는 ‘모니카 게이트’ 같은 국가적 쟁점을 사소한 일로 전락시켰다. 냉전이 끝난 뒤 시작된 뉴스의 선정성 경쟁 와중에서 TV는 뉴스를 스토리로 가공했다. 공공 서비스 영역이었던 뉴스는 돈벌이를 위한 오락의 출구로 바뀌었다.
일례로 유태인 대학살 관련 미니시리즈가 시청자를 열광시키자 기자는 뉴스에서 그같은 미니시리즈를 ‘창작’하기 시작했다. 그 작업은 스타와 작가, 세트가 필요없었다. 로고와 주제가로 포장하면 뉴스가 근사한 오락이 돼버렸다.
비행기 추락사고를 현미경처럼 보도하는 것도 그런 사례다. 추락사고는 늘 발생하는데 카메라를 현장에 가까이 들이댈수록 시청률이 올라간다.
이 상황에서 기자는 ‘햄버거 가게의 조수’에 불과하다. 흥미를 부추키는 사실들을 모자이크하는 데 전문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술잔치 같은 ‘뉴스의 진창’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저질 뉴스’를 비판하든지 아니면 TV 전원을 끄라.
리치는 “일부 신문이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독자와 시청자들도 비판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어 미디어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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